
부천 부안초등학교에서 이중언어강사로 일하며 학생들에게 영어와 러시아권 문화를 가르치는 키르기스스탄 여성 소오론 쿨러바 디나라(35) 씨. 그는 18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학생들이 의외로 한국적인 것에 대한 애착이 강해 문화적 차이에 대해 이해시키기가 조금 힘들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키르기스에서 영문학을 전공해 수도 비슈케크에 있는 '건설대학'에서 6년간 영어를 가르치다 2008년 한국인 남편을 만났다. 지금의 남편은 당시 사업 구상차 키르기스에 머물면서 이곳저곳을 다녀야 했고 통역이 필요해 소개받은 이를 아내로 맞았다.
디나르 씨는 "키르기스 언어에 대한 애착이 강했던 아버지 덕분에 집에서는 러시아어 대신 모국어를 써야 했다"며 "어릴 적부터 각각의 문화가 지닌 고유성과 다양성에 대한 이해가 싹텄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 와서 이중언어강사로 일하면서 아이들에게 러시아권 문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이중언어강사 교육을 받을 때부터 키르기스 동화를 번역했던 것도 이런 내력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또 한국에서는 문화의 다양성을 강조하는 대신 한국문화의 우수성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학교에서 키르기스 놀이인 '알치크'를 가르치기 위해 친정에 놀이기구를 보내달라고 이야기했다.
놀이기구는 다름 아닌 양의 무릎뼈. 한국의 공기놀이와 비슷하지만 50-60개를 갖고 여럿이 함께 노는 점이 다르다.
그는 또 기회가 되면 키르기스와 러시아 동화를 번역하는 일을 해 보려 한다.
그는 "한국 어린이들은 자신들이 보는 동화책 '마샤와 곰'이 러시아 동화라는 사실을 잘 모른다"며 "이야기에 담긴 문화를 이해하면 아이들의 세계관이 그만큼 더 넓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한국 청년들도 러시아어를 함께 배우기를 바란다. 영어도 가르치지만 러시아어를 더 가르치고 싶어한다.
그가 키르기스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한국에 와서 생활하면서 가장 먼저 느낀 것도 '문화다양성'이었다.
그는 "중앙아시아와는 사뭇 다른 한국이라는 나라에 와서 살면 참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하고 왔는데 막상 와 보니 모든 게 달라 너무 힘들었다"고 회고했다.
특히 힘들었던 것은 하루하루가 즐거운 키르기스의 명절과 달리 한국의 명절은 힘들고 어려웠다.
그는 "키르기스에서는 음식 준비도 다 같이 하고 다 함께 즐기는데 한국에서는 여자들만 일하고 즐겁게 노는 시간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장례식과 돌아가신 이를 기리는 때 말고는 모든 명절이 즐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키르기스에서는 '여성의 날'(3월8일)이면 남자들이 여자들을 위해 온갖 정성을 다하는데 한국의 '여성의 날'은 일반 여성들에게는 있으나 마나 한 날이라고 꼬집었다.
한국에 와서 보고 배울 만한 것은 없었느냐는 질문에 그는 "아껴쓰고 절약하고 저축하는 것을 배웠다"고 대답했다.
키르기스에서는 쓰다가 필요 없으면 버리고 필요하거나 갖고 싶으면 능력껏 소비하느라 돈을 모아야 한다는 생각이 없었다는 것이다. 한국 와서도 그런 식으로 생활하다 시어머니로부터 꾸지람도 들었다.
함께 모시고 살던 시어머니는 2년 전 요양원으로 가셨지만 디나라 씨는 주말이면 거르지 않고 요양원에 가고 시어머니도 며느리를 기다린다.
그는 "시어머니에게서 나만큼 사랑받는 외국 며느리가 또 있을 것 같지 않다"며 "가족에게서 만큼은 한국과 키르기스스탄의 문화적 다양성을 고민하지 않을 정도로 익숙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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