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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애독서] 철학은 인문의 기본, 인간 본질 이해하는 학문

입력 : 2013-04-12 20:06:46 수정 : 2013-04-12 20: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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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나무/박제윤 지음/함께북스

“철학이 머리 아픈 것인가요? 

조완호 전 중앙대 국문과 교수
반드시 그렇진 않아요. 철학은 인문의 기본이고 인간의 본질을 추구하고 이해하는 학문입니다. 철학자가 찾는 ‘지혜’는 세상을 영리하게 사는 그런 유형의 지혜는 아닙니다. 철학자가 지혜를 사랑해서 얻고자 하는 바는, 교활한 처세술이나 사람들을 잘 이용할 줄 아는 영악함도 아닙니다. 세상의 근본 원리이고 인간의 원리를 규명하는 도구입니다. 철학자는 ‘세상이 왜 이러저러한 방식으로 되어 있는지’를 알고 싶어 철학적 탐구에 나선 것입니다.”

젊은 인지과학도가 쓴 ‘철학의 나무’는 과학철학의 입문서 내지 철학적 사고를 과학으로 풀어내는 데 탁월한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과학적 사고를 빌려 서양철학의 핵심적인 내용을 살펴보고 정리합니다. 대개 탁월한 서양 철학자들은 과학자들과 교류가 깊습니다. 16세기 스피노자는 과학자인 동시에 철학자이자 신학자였지요. 다만 그는 시대를 잘못 태어났는지 당대 사람들은 거의 그의 진가를 알아보지 못했지요. 비트겐슈타인은 항공기 역학으로 유명한 과학자이지요. 그러나 그는 러셀에게서 수학과 철학을 공부하면서 우리가 사용하는 말을 숫자로 환산하는 새로운 논리를 개발했습니다. 고교 수학시간에 배웠던 ‘명제논리(propositional logic)’가 그것입니다. 이 논리 체계는 현대 컴퓨터의 구조를 만드는 논리적 기초 원리로 활용되었습니다. 이렇게 컴퓨터의 탄생에서도 철학자의 도움이 있었던 것입니다. 컴퓨터는 공학적 원리와 숫자로만 이뤄진 게 아닙니다. 

박제윤 지음/함께북스
일반적으로 철학을 소개하려는 의도로 쓰인 책들을 읽다보면 거의 예외 없이 철학자들이 고심했던 본론적인 생각과는 거리가 먼 내용을 다룬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책을 읽고 나면 어김없이 시간만 낭비했다는 허무함이 남습니다. 엄청난 시간이 흐른 지금 우리도 똑같은 문제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자는 오래전부터 이 책을 기획했습니다. 읽기 쉬우면서도 생활 속에 깊숙이 다가가는 철학 입문서는 없을까. 다시 말해 ‘소설책을 읽는 속도는 아니더라도 그럴 정도로 쉽게 읽혀져야 하고, 철학자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생각을 했는지 비교적 소상히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철학자가 고민할 때는 그 당시 시대상이 무엇인지 시대의 요청이 무엇인지 읽혀집니다.

향후 학문도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경계가 허물어질 날이 올 것입니다. 철학을 어렵게 만들고 접근하기 어렵게 한 원인 가운데 하나가 바로 학문 간의 벽이었습니다. 철학을 울타리 안에 가둬놓으니 아무도 접근하기 어려웠던 거죠. 이에 반해 과학은 인류 발전에 얼마나 큰 공헌을 했는지는 모두가 아는 사실이지요. 저자는 또한 인식론과 논리학을 중심으로 서술해 철학을 과학적으로 사고하는 데 큰 도움이 되도록 꾸몄지요. 입시철만 되면 논술 때문에 수험생들이 애를 먹지요. 논리학을 도입해 철학을 이해시키면, 자녀가 문제의 논지를 빠른 시간 내 파악하는 방법도 길러줄 것입니다.

조완호 전 중앙대 국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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