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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임 가드너 지음/부회령 옮김/생각과 느낌/1만1500원 |
새 학년이 되거나 새로운 학교에 진학하게 되면 누구나 가슴이 설레게 마련이다. 새로운 선생님, 새로운 급우들, 새로운 교과서가 주는 흥분은 자연스럽게 새 출발이라는 말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새로운 환경은 새로운 적응을 요구하며 익숙했던 것들과의 결별을 종용한다.
옛 학교에서 왕따를 당해 전학을 간 중학교 3학년 엘리엇은 새 학교에 잠시 희망을 가지기도 했으나 이곳 역시 마찬가지라는 사실에 절망한다. 그러나 여기에서도 왕따 신세가 될 수는 없었다. 지난 몇 년 동안 엘리엇은 배웠다. 눈에 띄지 않으려는 노력만 하다가는 마침내 패배자가 되고 만다는 것을. 눈에 띄지 않으려고 애쓰는 아이들을 찾아다니는 패거리들은 늘 있게 마련이다.
엘리엇은 그저 눈에 띄지 않기만을 바라지 않았다. 스스로 강구해 낸 생존 법칙에 따라 하나씩 실천하고 주위에서 인정받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는 의도한 바와는 달리 피해자에게서 가해자의 위치로 바뀌게 된다.
책에서 엘리엇은 스스로 생존의 법칙으로 ‘적응할 수 있을 만큼만 눈에 띌 것’ ‘눈에 띄었으면 조용히 따를 것’ ‘여러 개의 가면을 만들 것’ ‘자신이 누구며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 것’ 등 4가지를 제시한다.
영국 작가 그레이엄 가드너의 처녀작으로 사춘기 청소년들의 추악한 잔인함에 대한 고찰이다. 학교라는 정글의 룰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박태해 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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