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만들기 우선” “필요하나 여·야·정 논의를” 정부가 29일 ‘12조원+α’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시사하면서 정치권의 추경 논의도 활발해지고 있다. 여야 모두 극심한 경기침체를 감안, 추경 편성 자체에는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으나 구체적인 규모에 대해서는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추경의 세부항목과 재원조달방안에도 이견을 보인다. 여야는 정부조직법 대치에 이어 추경을 놓고 2라운드 격돌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새누리당은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부터 추경 편성을 적극 지지했다. 당시 이명박정부가 추경 편성에 소극적이었고 선거용이라는 야권의 반발이 부담됐으나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나성린 정책위의장 대행은 이날 한 라디오에 출연해 “추경은 일자리 만들기에 우선 들어가야 한다”며 “그 다음에 복지 부분도 더 들어갈 수 있고, 부동산시장 활성화, 수출기업 지원, 서민금융 지원, 주거환경 개선 등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원조달방안에 대해선 “세율인상을 통한 증세는 지금 회계연도 중간이라 생각할 수가 없고, 대부분 국채발행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신중한 입장이다. 박기춘 원내대표는 이날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 회의에서 “추경 필요성은 인정하나, 여·야·정 논의 등으로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며 “추경의 내용이 중요하다. 내수를 살리는 복지지출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재원마련 방식에서도 국채발행은 국민 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경제성장률 하향으로 인해 부족한 세수 확보를 위해서라도 증세문제를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 예산결산특위 민주당 간사인 최재성 의원은 보도자료에서 “증세 등 근본적 재정대책 없이 재정균형과 공약집행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이제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세청장을 지낸 이용섭 의원도 라디오 방송에서 “증세 없는 재원마련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국회에 제출된 추경안은 예결특위의 계수조정소위 심사와 전체회의를 거쳐 본회의에 상정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정부는 4월 임시국회(4월 8∼30일) 내 추경안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으나 쉽지 않을 전망이다.
2002년 9월 추경안이 정부 제출 사흘 만에 본회의를 통과한 사례가 있지만 현재는 정부조직법 대치 후유증으로 여야 관계가 냉각된 상태다. 여기에 4·24 재보선까지 앞두고 있어 협상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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