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방부조차 록히드마틴의 ‘유인상술’에 걸려들었다.”
최근 수많은 오류와 결함이 발견돼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한 미 록히드마틴의 F-35 전투기. 부정적 여론은 급기야 국내로도 번져 기종 생산과 성능에 대한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한국 공군의 차기 전투기(F-X) 후보기종 가운데 도입이 가장 유력시됐지만 이젠 탈락을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제기된 의혹들을 살펴보기 위해 지난 19일(현지시간) F-35의 시험비행이 이뤄지고 있는 에글린(Eglin) 미 공군기지를 찾았다. 미 플로리다주 오컬루사 카운티 발파라이소에서 약 5㎞ 남서쪽에 위치한 에글린 기지를 국내 언론이 찾은 것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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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텍사스 포트워스에 있는 F-35 조립공장 전경. 현재 F-35 전투기 80대가 조립라인에서 대기 중이며, 월평균 3대가 생산되고 있다. 록히드마틴은 월 18∼20대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
부대 정문에서 인솔을 맡은 여성장교 카렌 로가노프 소령이 반갑게 맞았다. 그는 휴대전화와 카메라의 사용 자제를 요청한 뒤 곧바로 활주로로 안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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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공군과 록히드마틴 관계자들이 19일 에글린 기지 지상 격납고에서 F-35 전투기의 컴퓨터제어시스템을 점검하고 있다. 점검 도중 왼쪽날개 끝에는 빨간색이, 오른쪽에는 파란색을 띤 외부충돌방지등이 깜박였고 수직날개도 좌우로 움직였다. |
활주로에선 또 다른 굉음이 들려왔다. 순간 F-35 2대가 활주로를 박차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소음도를 측정하기 위해 소음방지 헤드폰을 벗었더니 고막이 찢어질 듯한 충격이 전해졌다.
단발 엔진인 F-35의 엔진 추력은 4만파운드. 2만9000파운드인 F-15나 F-16 전투기의 곱절에 가깝다. 엔진 힘이 좋다 보니 자연 소음이 클 수밖에 없다. 만약 국내 도입된다면 소음 문제로 적잖은 민원에 시달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P&W사가 제작한 F-135 엔진은 미 공군과 해군, 해병대용 F-35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엔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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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에글린 기지 F-35 엔진 정비창에서 P&W사 스탠 스티븐스 매니저가 최근 발생한 F-35 엔진 블레이드 균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는 “엔진 날개 균열로 시험비행이 중단됐던 F-35가 재비행에 나서 열흘째 정상 운용 중인 것은 미 정부가 이번 일을 대수롭지 않은 결함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그는 “문제가 된 시제기 엔진은 미 공군에서 요구하는 성능 조건보다 5∼6배 이상의 악조건하에서 속도와 추력을 점검받아왔다. 특히 저고도에서 최대속도 확장을 위해 초음속비행을 자주 했는데 이럴 경우 정상고도에서 비행할 때보다 더 많은 고열이 발생한다. 장시간 고열을 견디지 못한 터빈 날개에 무리가 온 것으로 파악됐고 구조적인 결함으로는 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정상적으로 운용했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텐데 무리하게 기동을 펼치다 결함이 발생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전시 상황에서는 비정상적 기동이 예사로 이뤄질 것이란 점을 감안하면, 그의 논리는 다소 설득력이 약해 보였다.
F-135 엔진은 현재 3만시간 정도 비행 테스트가 이뤄진 상태로 2015∼2016년쯤 최종 목표인 20만시간을 채울 전망이다.
엔진 정비창을 지나 에글린 기지 항공훈련사령부 예하 33비행단 58비행대대를 찾았다. 이곳은 F-35 조종사의 비행교육과 훈련을 전담하는 부대다. 건물 곳곳에서 부대 닉네임인 ‘고릴라’가 그려진 휘장이 목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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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35 전투기 훈련비행을 담당하는 맷 존스턴 소령이 19일 에글린 공군기지를 찾은 기자들에게 F-35의 성능과 특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는 “F-35가 기동면에서 4세대 F-16 기종과 매우 흡사해 숙달에 8주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
플로리다 에글린 공군기지=박병진 선임기자 worldp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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