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일 영국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포드 인도법인은 최근 인터넷 등에 소형차 피고(미국 브랜드명 피에스타) 새 광고물을 게재하기 시작했다. 광고물에는 반라의 세 여성은 손발이 묶이고 재갈이 물린 채 트렁크에 갇혀 있고,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이탈리아 총리와 닮은 한 남성이 운전석에 앉아 승리의 ‘브이(V)’자를 그리고 있는 모습이 묘사돼 있다. 광고물 하단에는 “‘피고’의 넓은 트렁크에 당신의 걱정을 붙들어 매세요”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특히 이 광고는 인도 의회가 지난 21일 집단 강간사범에 대해 최고 사형까지 선고할 수 있는 성범죄 처벌 강화 법안을 통과시킨 이후 게재된 것이어서 더욱 충격이 컸다. 인도에서는 지난해 12월 여대생이 버스에서 집단 성폭행 등으로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한 이후 여성 인권 보호를 촉구하는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인도 여성인권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란자나 쿠마리 박사는 “여성들이 손발이 묶여 짐짝처럼 트렁크에 실려있다는 것은 지난 수개월간의 사건들이 남성들의 인식 변화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는 반증”이라고 개탄했다.
포드 측은 즉각 유감을 표하며 파문 확산 차단에 부심하는 모습이다. 포드 인도법인은 “이번 사건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하며 이 광고물은 포드 본사와 협력사의 경영방침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광고 제작사인 JWT 측도 “올바른 통찰과 적절한 행동을 갖추지 못한 일부 직원의 돌출 행동”이라며 사과했다. 베를루스코니 측도 촌평에 가세했다. 한 베를루스코니 비서진 출신은 신문과 통화에서 “여성을 죄수처럼 묘사한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라며 “베를루스코니는 여성들을 죄수가 아닌 공주처럼 대했다”고 말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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