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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 화재 그 후…잿더미 속 싹트는 희망

입력 : 2013-03-18 00:00:36 수정 : 2013-03-18 00: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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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화로 삶 터전 잃은 상인들…“옛모습 되찾자” 재기 의지
시민들도 십시일반 힘 보태… 재개발 구역 문제 걸림돌로
“밤에는 추억을 삼키고 낮에는 허기를 달랬던 곳입니다. 하루빨리 옛모습을 되찾았으면 합니다.”

하룻밤 사이에 잿더미로 변한 서울 종로구 인사동 먹자골목이 재기의 기지개를 켜고 있다. 삶의 터전을 잃은 상인들은 아픔을 털어 버리고 다시 팔을 걷어붙였다. 먹자골목의 추억을 잊지 못하는 시민들도 십시일반 힘을 보태고 있다.

정신질환자의 방화로 새까맣게 타버린 인사동 먹자골목 6개 동 19개 점포는 사고 한 달이 지난 17일에도 처참한 모습 그대로였다. 먹자골목의 명성은 사라지고 불이 난 자리에는 잿더미만 수북했다.

지난달 화재로 잿더미가 된 서울 종로구 인사동 먹자골목에는 한 달이 지난 17일에도 처참한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사고 현장의 철제 펜스에 내걸린 “빠른 시일내 새로운 모습으로 성원에 보답하겠다”는 내용의 현수막에서 상인들의 재기 의지가 엿보인다.
이재문 기자
화재 현장을 둘러싼 2m 높이의 철제 펜스 사이로는 아직도 메케한 냄새가 흘러 나왔다. 시민들은 흔적 없이 사라진 먹자골목을 바라보며 안타까워했다.

그러나 폐허 속에서도 희망은 싹트고 있었다. 철제 펜스에 내걸린 ‘빠른 시일 내에 새로운 모습으로 성원에 보답하겠습니다’라는 현수막은 상인들의 재기 의지를 엿보게 했다.

종로의 대표적인 선술집이던 육미집 사장 김진태(58)씨는 “한평생을 바쳐온 가게가 시뻘겋게 타던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며 “그래도 손님들의 성원에 힘입어 재기를 꿈꾸고 있다”고 말했다.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린 14명의 상인들도 심경은 마찬가지였다.

상인들에게 가장 큰 힘이 되는 것은 단골 손님들의 온정이다. 오랜 기간 이곳에서 추억을 만들어 온 손님들은 마음을 모아 상인들에게 정성을 건네고 있다.

화마가 삼켜버린 ‘화로연’ 사장 박영재(57)씨는 “다시 무언가를 하겠다는 생각조차 못했지만 주변에서 5만원, 10만원씩 담긴 봉투를 주며 용기를 심어주고 있다”고 감사의 뜻을 전한 뒤 “이들 덕분에 재기를 꿈꾸고 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날도 상인들이 모여 있는 천막으로 단골손님들이 찾아와 떡과 음료 등 간식거리를 전했다.

인터넷과 SNS 상에서도 먹자골목의 재기를 응원하는 메시지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한 네티즌은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육미집 부활을 위해 서울시가 적극 나서주길 바란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호응을 얻었다.

이 같은 시민들의 응원에 힘입어 상인들은 재기를 모색하고 있지만 불에 탄 지역이 서로 다른 재개발구역에 속해 있어 예전의 모습을 되찾기는 힘든 상황이다. 불에 탄 830여㎡ 가운데 31%(260㎡)는 공평 도시환경정비구역 1·2·4지구, 69%(570㎡)는 18지구로 나뉘어 있다.

김현종(46)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상인들이 빚을 내서라도 다시 가게를 열 생각을 하고 있는데 재개발 문제가 발목을 잡는다”며 “상인과 시민 모두 먹자골목을 다시 보기를 바라는 만큼 지자체에서도 적극 나서줬으면5 좋겠다”고 말했다.

20년 넘게 먹자골목을 이용했다는 김모(67)씨는 “피맛골이 사라진 이후 인사동 먹자골목은 우리의 옛 정서를 담고 있는 대표적인 먹거리촌으로 사랑받았다”면서 “하루빨리 먹자골목이 옛모습 그대로 다시 태어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영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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