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급등장서 개인 -28.4%…개인 평균 매수단가 9260원
저가주 집착 ‘실패의 지름길’…‘몰빵·백화점’식 투자 잘못
단타·테마주 집중도 문제 ‘개인투자자의 반복된 실패와 교훈’. 삼성증권이 수년마다 한 번씩 똑같은 제목으로 내놓는 보고서다. 개인투자자의 그릇된 투자 행태가 보고서 제목처럼 반복된 실패로 이어지다 보니 2006년 처음 작성된 보고서가 최근에도 똑같은 제목, 비슷한 내용으로 나왔다. 개인투자자는 왜 번번이 주식시장에서 패배의 쓴 잔을 마셔야 하는걸까.

삼성증권은 이번 보고서에서 일단 개인투자자 성적이 어떤지 최근 3년간 투자주체별 매수 상위 10종목의 수익률을 비교하는 것으로 보여줬다. 코스피가 21.9% 상승한 2010년도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은 51.7%, 기관은 60.1%의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에 비해 개인은 9.7%라는 초라한 성적을 거두는 데 그쳤다. 코스피가 11% 하락한 2011년에도 외국인은 -0.7%의 수익률로 선방했으며, 기관 투자자는 오히려 12.5%의 수익률을 기록했는데 개인투자자는 -34.3%, 말 그대로 ‘쪽박’을 찼다.
코스피가 9.4% 성장세로 돌아선 지난해 외국인은 5.6%, 기관은 16.7%의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개미 투자군단만은 -28.4%로 2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대체적으로 투자성적이 기관〉외국인〉개인순인데 유독 개인 투자자 성적이 크게 뒤처지고 있는 것이다.

개인투자자 성적이 유난히 부진한 이유는 여러모로 잘못된 투자방식 때문이다. 합리적 판단이 아닌 군중심리와 손실에 대한 불안감, 대박에 대한 기대감에 매수·매도가 이뤄지면서 번번이 개인투자자가 주식시장의 제물이 되곤 한다는 것이다.
잘못된 투자 행태의 대표적 사례는 저가주 선호다. 개인은 고가주보다 저가주를 절대적으로 선호한다는 것이 증권가 정설이다. 2007년 이후 기관·외국인·개인의 주식 평균 매수단가를 비교하면 개인투자자는 약 9260원으로 1만원을 밑돈다. 기관·외국인의 평균 매수단가는 약 4만5100원으로 개인투자자에 비해 네다섯배 비싼 주식을 샀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 이사는 “100만원짜리 주식 10주를 갖고 있는 것보다 10만원짜리 주식 100주를 갖고 있는게 ‘어느 정도 물량을 갖고 있다’는 착시현상을 일으키고 풍족감을 주다 보니 저가주는 여러 면에서 부족한 점이 많을 가능성이 큰데도 저가주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저가주 집착은 투자 실패의 지름길이다. 2004년 이후 상장폐지된 종목 369개에서 액면가 이하로 거래된 저가주는 307종으로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개인투자자의 또다른 문제는 잘못된 투자종목 관리다. 보유 종목에서 이익이 나면 진득하게 갖고 있지 않고 ‘이게 웬떡이냐’며 팔아치운다. 정작 빨리 손절매해야 할 손실 발생 종목은 미련을 못 버리고 반등을 기다리며 끝까지 들고 있거나 추가 매입으로 ‘물타기’하는 경우가 많다. 통닭집을 여러 곳 운영하면서 잘되는 통닭집은 팔아버리고 안 되는 통닭집은 2층으로 확장하는 격이다.
‘몰빵’ 아니면 ‘백화점’도 개인투자자의 잘못된 투자종목 관리행태다. 삼성증권 고객 66만명의 보유종목수를 분석하면 약 40%가 단 1개 종목에만 투자하고 있다고 한다. 반대로 보유종목이 11개 이상인 고객은 13%에 달하며 4∼10종 보유도 19%나 된다. ‘모 아니면 도’식의 투자나 종합백화점식 투자나 올바르지 못한 건 마찬가지다.
홈트레이딩시스템에 이어 스마트폰에서도 주식 거래가 가능해지면서 너무 잦은 거래로 인한 개인 투자자의 손실은 더 커졌다. 개인투자자 연간 회전율은 유가증권시장 전체 상장주식을 사고도 남을 정도다. 최근 3년간 개인투자자의 시가총액 대비 연간 회전율 평균은 150%를 기록했다. 기관이나 외국인은 50∼60%대에 불과하다. 개인투자자가 투자손실을 만회하려고 단타에 집중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잦은 테마주의 침몰 역시 개인투자자의 그릇된 투기성 거래로 인한 문제다. 2009년 이후 대선 관련주, 나로호 관련주, 평창올림픽 관련주, 4대강 관련주 등 다양한 투기성 테마주가 계속 시장에 파고를 일으켰다. 이 같은 테마주의 대장주는 고점대비 평균 63% 급락하는 것으로 개인투자자 관심에 응답했다.
◆바람직한 투자 대안
개인 투자자의 반복된 실패에 대한 처방전은 결국 정석투자다. 기관·외국인 투자자의 선호 종목을 잘 살펴서 자신의 투자종목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배당수익률이 높은 안정적 주식을 위주로 가치투자하는 방법, 중장기 디스카운트된 소외주에 관심을 갖고 투자하는 방법 등도 고려해볼 만하다. 투자를 검토해 볼 만한 장기소외주의 기준은 코스피200 구성 종목 중 시가총액 5000억원 이상이면서 유동비율이 높고 부채비율은 낮은 종목, 다음연도 순이익 예상 증가율이 높은 종목 등인데 현대미포조선, 한국가스공사 등이 대표적이다. 아예 시야를 넓혀 글로벌 시장에서 우수기업을 찾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박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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