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옥정은 표독스러운 악녀 아닌 사랑에 목숨 바치는 열정적 인물
방송 전 열애설 터져 걱정했더니 비가 좋은 결과 있을거라 응원해

“역대 최고의 여배우들이 연기했던 장희빈이라면 저는 감히 도전장을 내밀지 못했을 거예요. 제가 맡은 장옥정(장희빈의 본명)은 표독스러운 악녀가 아니라 천민이라는 신분의 굴레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여성입니다. 이순(숙종)을 만나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고 사랑에 목숨까지 바치는 순수한 열정을 지닌 인물이에요.”
그간 김태희 앞에는 ‘최고의 미녀’라는 찬사와 함께 ‘CF 여왕’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대중의 열화와 같은 성원으로 광고계 최고 모델이 됐지만, 연기자로서 그만 한 필모그래피(출연 목록)를 내세우지 못했다. 유사한 구설에 휘말렸던 전지현에게는 영화 ‘엽기적인 그녀’에 이어 ‘도둑들’이 추가됐고, 정우성·이병헌 등 미남 배우들은 일찌감치 연기력 논란을 떨쳐버렸다. 그러나 김태희에게는 아직 그런 기회가 찾아오지 않았다.
“이제 적은 나이도 아니고 이 정도 했으면 무르익어야 하는데 저는 연기에서 아직 절정기를 맞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이 작품에 욕심도 나고 부담도 크게 느끼고 있어요. 저는 더 발전하면서 무르익고 싶어요.”
그가 맡은 장옥정은 권력에 눈이 멀어 악녀로 변하는 기존 장희빈이 아니다. 동명 소설 ‘장옥정, 사랑에 살다’를 쓴 최정미 작가는 역경을 극복하고 사랑에 헌신하는 열정적인 여인으로 장옥정을 그려놓았다. 기존 작품에서 지고지순한 여성으로 묘사된 인현왕후와 숙빈이 반대로 악녀로 등장한다. 김태희는 “다소 낯선 설정으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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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13년차를 맞은 김태희는 “이 정도 했으면 무르익어야 하는데 저는 연기에서 아직 절정기를 맞지 못했다”며 “장옥정이라는 한 여인의 삶을 진정성 있게 그려낼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SBS 제공 |
그는 어떤 질문에도 진지한 자세로 답변을 이어나갔고, 막힘 없이 문장을 조합해내는 비교적 뛰어난 언변으로 차분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비와의 열애설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도 온도 차이 없이 설명했다.
“아시다시피 서로 알아가는 단계예요. 제가 방송 앞두고 터진 열애설에 대해 걱정을 많이 하니까 ‘열심히 한 만큼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응원도 해줬습니다. 옥정이는 타고난 신분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을 선택할 권리조차 없지만, 우리는 자유롭게 원하는 사람을 찾아서 용기 낼 수 있는 환경에서 살고 있잖아요. 저도 그렇습니다.”
김태희의 필모그래피에는 선 굵은 연기로 대중을 휘어잡은 작품은 없지만 그는 꾸준히 노력해 왔다. 영화 ‘중천’(2006)에서 뻣뻣한 모습을 보였던 것과 달리 ‘싸움’(2007)에서는 타조 배설물이 섞인 물세례를 맞아가며 설경구와 혈전을 벌였다. 데뷔 13년차에 접어든 그는 현재 중요한 기점에 서 있고 그만큼 각오도 두텁다.
“데뷔 초와 달리 얼마 전부터 저는 김태희로 사는 것보다 작품 속 인물로 사는 게 더 행복했어요. 이번 작품에서도 옥정이로 살고 싶고 옥정이가 되고 싶어요. 장옥정이라는 한 여인의 삶을 진정성 있게 그려낼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장옥정, 사랑에 살다’에는 유아인(숙종), 홍수현(인현왕후), ‘카라’ 한승연(숙빈) 등이 나와 김태희와 호흡을 맞춘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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