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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 초심잃은 대표팀 ‘예고된 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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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03-07 00:03:06 수정 : 2013-03-07 00: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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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단 구성 때부터 잇단 잡음
투지 실종·지휘부 전략도 부재
2006 WBC 4강, 2008 베이징올림픽 전승 금메달, 2009 WBC 준우승.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 우승. 국제대회에서 눈부신 성적을 거둬 세계 야구의 중심에 가까워졌다는 자부심은 한낱 자만심에 불과했던 것일까. 제3회 WBC 대표팀이 ‘변방’으로 취급됐던 경쟁국에 밀려 1라운드 탈락의 수모를 겪었다. ‘타이중 참사’라고 불러도 될 만한 충격적인 사건이다.

겉으로는 아쉽게 떨어진 것처럼 보인다. 대만, 네덜란드와 동률(2승1패)을 이뤘지만 득실에서 밀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예고된 굴욕이었다.

엔트리 구성부터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처음 추렸던 예비 명단에서 7명이나 바뀐 게 참사의 전조였다. 투·타의 핵으로 중심을 잡아줄 류현진(다저스)과 추신수(신시내티)는 새 팀에 적응하는 게 급선무라는 이유로 대회 출전을 고사했다. 봉중근(LG)과 김광현(SK) 등 그동안 ‘국제용’으로 불렸던 선수들도 부상으로 낙마했다. 최정예 멤버로 짜도 모자랄 판에 역대 최약체의 전력으로 나선 것이다. 결과는 1라운드 탈락이었다. 선수층이 얇은 한국야구는 최정예 멤버로 팀을 구성하지 않으면 국제무대에서 통할 수 없다는 한계를 각인시켜줬다.

코칭스태프의 전략과 용병술도 엉성했다. ‘복병’으로서만 경계했던 네덜란드에 0-5로 진 것이 치명적인 독으로 작용했다. 투구수 제한 규정에 따라 준비한 ‘1+1 투수 기용’ 전략의 효과는 미미했다. 오히려 두 번째 투수로 올린 노경은(두산)이 모두 실점한 것도 자기 꾀에 자기가 넘어간 꼴이 됐다. 노경은이 무너진 뒤가 더 문제였다. 대회 규정상 실점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었음에도 박희수(SK), 오승환(삼성) 등 필승조 대신 손승락(넥센), 차우찬(삼성) 등 패전조 격인 투수들을 등판시킨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WBC는 정규리그처럼 장기전이 아닌 단기전임을 감안해야 했다. 필승조는 무조건 경기 후반에 투입한다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운영이었다. 지금껏 가장 약하다는 투수진에 비해 역대 최강이라던 야수진도 응집력 없는 타격과 집중력 부족한 수비로 패배에 직접적 원인을 제공했다.

상대에 대한 분석이 소홀했던 점도 안이한 자만심에서 나온 결과라는 지적이다. 몇몇 화려한 경력의 선수만이 경계대상이라던 네덜란드는 팀 전체가 끈끈한 조직력으로 무장한 강팀이었다. 늘 한 수 아래로 평가했던 대만도 탄탄한 수비와 마운드가 돋보였다.

외국 언론도 한국의 1라운드 탈락에 대해 뜻밖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역대 WBC에서 4승4패로 호각세를 이뤘던 라이벌 일본의 언론들은 하나같이 “한국이 대회 규정에 울었다”, “기존 투수진보다 약했고, 타선의 컨디션도 좋지 못했다”는 분석을 내놓으면서도 껄끄러운 한국의 탈락에 쾌재를 부르는 분위기다.

이제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700만 관중 돌파, 10구단 체제의 완성 등 샴페인을 터뜨리는 분위기 속에서 다시 한 번 내실을 다질 때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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