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슴앓이’의 가수 양하영을 기억하는가. 가슴앓이는 혼성 2인조 듀엣 ‘한마음’에서 양하영이 불렀던 가수 데뷔곡이다. 1983년 출시된 음반에서 그는 청아한 목소리,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팬을 사로잡았다. 2002년에는 가수 지영선이 리메이크해 젊은이들에게도 널리 알려지기도 했다. 그로부터 30년이 흘렀다. 그새 그는 노래 제목처럼 ‘가슴앓이’를 많이 했다. 특히 갑상선암으로 더 이상 노래를 하지 못할 것이란 생각은 그를 체념의 늪으로 빠져들게 했다. 퇴원할 무렵 지영선이 리메이크한 ‘가슴앓이’를 들으며 가슴이 벅차올랐다. 살아야 할 용기와 더불어 노래를 계속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회복했다. 이번 학기부터 대학 2곳에서 음악강사로 활동할 계획이다. 줄곧 일관된 삶을 살았다고 자부하면서.
그는 20여 년간 유기견을 돌보며 살고 있다. 처음에는 서울에서 유기견을 돌보다가 나중에는 아예 양평으로 거처를 옮겼다. 이런 노력으로 지난해에는 국내 동물단체들이 공동으로 수여하는 동물평화상을 받았다. 미술에도 조예가 깊어 서울미술협회 명예회원이기도 하다. 강상준의 7080사람들이 가수 양하영을 만나기 위해 양평으로 향했다. 유난히 동안인 그는 채식이 비법이란다.
-요즘 어떻게 지내나.
"2월은 공연 비수기라서 가수들에게는 동면 시기에 해당해요. 3월부터 시작되는 공연을 준비하는 기간이기도 하구요. 3월부터 대학 강의를 해야 해서 그동안 하지 못했던 노래연습을 열심히 하고 있어요. 운동도 곁들이면서."
-음악은 언제부터 시작했나.
"중학교 2학년 때 기타를 배우면서 자연스럽게 음악을 접하게 됐어요. 가수는 1983년 ‘한마음’으로 데뷔했고, 데뷔곡은 ‘가슴앓이’입니다. 두 번째 앨범에서는 ‘갯바위’, ‘말하고 싶어요’가 대중에게 널리 알려졌어요. 1983년에는 ‘꿈이여 사랑이여’로 가사 대상을 받았고 1984년, 1985년에는 2년 연속으로 가요대상을 받았습니다. 강형철씨와 계속 노래하다가 1988년 ‘촛불 켜는 밤’으로 솔로로 데뷔했지요."
-솔로로 전향한 특별한 이유라도.
"강형철씨와 의견 차이가 원인이 됐죠. 고민하다가 혼자 음반을 내기로 결정했어요. 사실 듀엣을 하던 사람이 솔로음반을 내기란 쉽지 않아요. 혼자 노래한 경험이 없으면 선뜻 하기 어려운 결정이에요. 듀엣은 두 사람의 화음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지요. 말하자면 조화를 이루는 게 핵심이지요. 하지만 솔로는 자기만의 음악을 발산할 줄 알아야 해요. 제 경우는 가수 데뷔 전에 쉘브르에서 솔로로 노래한 적이 있어서 솔로 음반을 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솔로 공연 경험이 없었다면 전향하지 않았을 거예요. 그랬는데도 솔로 데뷔초기 힘이 들더라고요. 서서히 자리를 찾아가면서 창법이 많이 바뀌었어요. 다행히 솔로 데뷔곡 ‘촛불 켜는 밤’이 많은 사랑을 받았지요."
"네. 어릴 때부터 가수의 길로 들어설 기회가 많았죠. 6살 때 작곡가 선생님이 음반내자고 제의한 적이 있었고, 초등학교 시절에도 노래를 많이 불렀어요. 중고등학교 시절엔 합창부 일원으로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한 적이 있어요. 음악에 꽤나 인연이 많았어요."
-가슴앓이 탄생 배경.
"‘가슴앓이’는 ‘한마음’ 멤버인 강형철 씨가 곡과 가사를 썼어요. 그런데 가사를 보니까 무슨 소설처럼 썼더라고요. 그래서 가사를 전적으로 수정했어요. 지금은 ‘가슴앓이’라는 단어가 귀에 익었지만, 처음 음반을 낼 때만해도 아주 생소했어요. 그래서 방송 심의 통과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도대체 ‘가슴앓이’가 무슨 의미냐고 다들 묻더라고요. 앨범 심의를 받는데도 똑같이 어려웠어요. 그래서인지 음반 출시 후 7개월 정도 지나서야 히트했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가장 애착이 가는 곡은.
"아무래도 처음 부른 노래 ‘가슴앓이’에 가장 애착이 가지요. 솔로로 데뷔하면서 냈던 첫 앨범 ‘촛불 켜는 밤’도 좋아해요. 특히 ‘촛불 켜는 밤’은 제가 직접 가사를 쓴데다 첫 솔로 음반이란 기대감 때문일 거예요. ‘촛불 켜는 밤’을 처음 녹음할 때 제작자분들은 타이틀이 될 거라고 보지 않았어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제게는 이 노래가 입에 착착 붙는 거예요. 그래서 녹음 할 때 이 곡이 솔로 앨범 타이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제 예상이 적중한 셈이죠. 저음부터 고음까지 음역대가 다양해서 참 좋아하는 노래예요."
-음악방송 진행을 하셨다고 들었는데.
"제가 작년에 1년 정도 케이블에서 음악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요. MC 제안에 들어왔을 때 흔쾌히 수락했어요. 진행을 해본 적이 없었지만 당시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고 싶은 생각이 많았거든요. 프로그램 매회 10팀의 가수를 만납니다. 이들을 제가 직접 소개하고 인터뷰까지 하는 거죠. 그러다 보니 신인가수가 나오면 더 격려하고 챙겨주게 되더라고요. 1년 동안 많은 가수들을 만나면서 대인관계도 좋아졌어요. 이번 달부터 또 다른 음악방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주로 2인조 공연을 하시죠.
"네. ‘퍼커션’을 맡은 김수환 씨와 함께 공연하고 있습니다. 함께 한지 15년 정도 됐어요. 제가 통기타 하나만으로 공연을 했는데 어느 순간 음악이 변하고 있다는 느낌이 오더라고요. 처음엔 4인조 팀을 구성해서 공연을 하다가 나중에 2인조로 바꿔 활동하고 있습니다. 같이 활동하는 김수환 씨는 음악 전공자예요. 어릴 때부터 음악을 많이 들어서 음악적 감각이 매우 뛰어납니다. 곡의 흐름에 대한 변화를 잘 파악해서 제게 큰 힘이 돼주고 있어요. 앞으로 더 깊이 있는 음악을 할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참고로 퍼커션(Percussion)이란 드럼, 심벌즈, 캐스터네츠 따위의 타악기를 통틀어 이르는 개념이에요."
-가수 지영선 씨의 ‘가슴앓이’ 리메이크는 어떻게 보세요.
"일단 저에게 큰 힘이 됐어요. 갑상선암 수술을 받고 퇴원하던 날 리메이크된 그 노래를 처음 들었어요. 지영선 씨의 ‘첫 사랑’이라는 앨범에 들어있는 곡인데 가슴이 뭉클하고, 코끝이 찡했어요. 석 달 동안 병원에 있으면서 ‘앞으로 음악을 계속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때였거든요. 다시 한번 열심히 해보고 싶다는 용기가 생겼어요. 저에게 큰 힘과 영감을 준 지영선 씨에게 다시 한 번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네요. 언젠가 지영선 씨를 실제로 만났을 때 고맙다는 말과 함께 꼭 안아줬던 기억이 납니다."
"유기견을 돌본 지 20년 정도 됐어요. 경제가 어려워지자 사라들이 키우던 개를 내다버리기 시작했어요. 어느 날 한 마리가 눈에 띄어서 데려다 키웠어요. 개를 키우다 보니 유기견이 계속 눈에 띄는 거예요. 그러다보니 나중에는 47마리까지 돌보게 됐어요. 유기견 세 마리를 데리고 양평으로 이사했지요. 강아지가 47마리가 됐을 때는 무슨 소규모 동물사랑실천협회 같은 단체가 같더라고요. 20년 동안 많은 유기견을 하늘나라로 보냈어요. 지금은 17마리를 돌보고 있습니다. 고양이도 10마리 정도 키우고 있어요. 동물사랑실천협회 관계자분이 저의 사정을 보더니 상을 주셨어요."
-채식을 한다고 들었는데요.
"동물을 좋아하니까 고기를 안 먹게 되더라고요. 환경문제에 관련된 분들을 만나다보니 자연스럽게 채식을 하게 됐어요. 저는 비건(vegun)을 시작했어요. 고기, 생선은 물론이고 그 부산물도 먹지 않는 거죠. 예컨대 우유는 물론이고 치즈까지 안 먹는 겁니다. 처음에는 힘들 줄 알고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어렵진 않았어요. 사실 생각해보면 우리나라 옛날 식단은 대부분 채식이에요. 옛날 분들은 1년에 한두 번 정도 고기를 드시고 나머지는 채식을 했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먹는 음식의 식단도 그렇게 보시면 돼요. 많은 분들이 비건은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아요. 요즘 ‘거친 밥상’이라고 이야기하잖아요. 저는 주로 현미밥을 먹는데요. 현미가 우리가 말하는 영양소 90%를 가지고 있답니다. 콩이나 된장, 나물을 먹으면 영양분은 충분해요."
-미술 쪽에도 관심이 많다고.
"네. 서울미술협회 명예회원입니다. 그림은 30대 초반 시작했어요. 가수가 되기 전에는 화가가 되고 싶을 정도로 그림을 좋아했어요. 서양화를 먼저 시작해서 한국화로 바꿨지요. 서양화로 개인전, 그룹전을 개최한 적도 있어요. 나름대로 그림을 쭉 그려왔어요. 한국화로 바꾸면서 1년에 2~3회 정도 전시회 참여하기도 했어요."
-향후 활동 계획은.
"올 봄부터 백석대학교와 청운대학교에 출강하게 됐어요. 학생들과의 만남이 가장 기대가 됩니다. 제가 대학시절에 겪었던 고민을 지금 학생들도 할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 고민을 어떻게 헤쳐 나갈 수 있는지 방법을 알려주고 싶고요. 장기 계획을 세워서 음악을 포기하지 않게 돕고 싶습니다. 앞으로 대학 강의에 주력하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가수 양하영을 스스로 평가한다면.
"계획한대로 성과를 냈다는 것이 가장 자랑스럽습니다. 지난날을 되돌아보면 계획을 수정한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당시엔 우왕좌왕했지만 어쨌든 앞으로 가고 있었거든요. 주변의 좋은 분들 덕분에 여기까지 오게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선배들이 저에게 해준 것처럼 저 역시 후배들을 외면하지 않고 많이 돕고 싶어요."
뉴스팀 wtoday@segye.com

-원래 꿈이 가수였나.

-최근에 동물 평화상을 수상하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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