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뿐 아니다. 고려 말 포은 정몽주는 ‘홍무 정사년 일본에 사신으로 가서 짓다(洪武丁巳奉使日本作)’란 글에서 “매화 핀 창가엔 봄빛이 이르고/ 나무로 지은 집 빗소리 요란하네(梅窓春色早 板屋雨聲多)”라고 읊었다. 외국에 사신으로 가서도 조국을 걱정하는 충신의 단심(丹心)이 배어 있음을 본다.
청나라 때 화조화의 최고봉이란 평가를 받는 거장 운수평(?壽平)의 시 ‘매화도’는 봄을 간절히 기다리다 못해 매화그림을 보면서 봄을 느끼는 심정을 노래하고 있다. “아직 잔설이 남았는데 어디서 봄빛을 찾을까(雪殘何處見春光)/ 초당 남쪽에 매화나무 꽃가지 점점 피어나네(漸見南枝放草堂)/ 따뜻한 봄바람에 복사꽃 살구꽃 피기 전에(未許春風到桃李)/ 쇠같이 단단한 가지에 차가운 향기 먼저 번지네(先敎鐵幹試寒香).”
매화는 지조를 굽히지 않는 참된 선비처럼 결코 향기를 팔지 않는다. 조선 중기 문신 상촌 신흠이 수필집 ‘야언(野言)’에서 찬탄한 말이다. “오동은 천년을 늙어도 가락을 품고(桐千年老恒藏曲), 매화는 한평생 추워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梅一生寒不賣香). 달은 천 번을 이지러져도 그대로이고(月到千虧餘本質), 버들은 백 번을 꺾여도 새 가지가 올라온다(柳經百別又新枝).” 질풍노도 같은 난세에 매화처럼 꿋꿋하고 향긋한 현인달사들이 그립다.
녹명문화연구소장
梅一生寒不賣香:‘한평생 추워도 향기를 팔지 않는 매화 같은 선비의 지조’를 뜻함.
梅 매화 매, 一 한 일, 生 날 생, 寒 찰 한, 不 아니 불, 賣 팔 매, 香 향기 향
梅 매화 매, 一 한 일, 生 날 생, 寒 찰 한, 不 아니 불, 賣 팔 매, 香 향기 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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