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택시장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좀처럼 집값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거래량이 워낙 적어 시세 표본 자체가 부족한데다 시세가 일선 공인중개사들의 호가 위주로 매겨지기 때문이다. 집을 팔려는 사람이나 사려는 사람 모두 객관적인 시세를 몰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감정원이 직접 나섰다. 집값을 제대로 평가하고 매매·전세 가격 동향을 정확하게 조사, 발표하기 시작한 것이다. 부동산 가격 신뢰도 제고에 팔을 걷어붙인 권진봉 한국감정원장(60·사진)을 지난달 28일 기자가 직접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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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진봉 원장은 “보다 정확한 주택가격을 조사해 국민에게 제공하겠다”고 다짐했다. |
- 현재 한국감정원이 하고 있는 일은?
“먼저 감정원을 간단히 소개하자면, 부동산 전문 공기업으로 1969년에 설립되어 그동안 부동산의 가치를 평가하는 감정평가업무가 주요 업무였는데, 지난해부터 부동산 조사와 통계를 생산하는 공적 업무가 주업무가 됐다. 이에 맞춰 회사 이름도 바꿀 예정이다. 사명을 ‘한국부동산원’으로 결정했는데 앞으로 주주총회, 정부인가와 같은 절차가 남아 있다.”
- ‘주택가격동향조사’는 KB국민은행에서 하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뭐가 어떻게 바뀐 것인지?
“올 1월부터 한국감정원에서 조사를 시작했다. 매매·전세가 등 주택가격의 동향을 정확하게 조사해서 신뢰도를 크게 높였다. 정확한 가격 조사를 위해 지난달에는 40여명의 전문인력을 전국 지점에 재배치해 부동산시장 동향을 상시 점검·관리하는 상시조사체계를 구축하는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부동산통계처와 부동산분석부, 감정평가기준부를 신설해 부동산 통계·분석 기능도 강화했다. 시스템을 개편한 뒤 최근에는 직원들과 워크숍을 통해 기존 관행을 벗어나기 위한 대전환을 주문하기도 했다.”
- 바람직한 부동산거래 활성화 방안이 있다면?
“부동산거래 정상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부동산 관련 세금을 완화해야 한다. 특히 취득세, 양도소득세는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금융 측면에서는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의 합리적인 조정이 시급하다. 재건축·재개발 사업 활성화를 통해서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 한국감정원이 올해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사업이 있다면?
“지난해가 한국감정원의 공적 기능을 강화하는 제2창업의 원년이라면, 올해는 강화된 공적 기능을 더욱 안정화하고 내실을 다지는데 목표를 정했다. 공공기관 중에 공적 기능을 강화하는 곳은 한국감정원이 유일하다. 또 최근 공공기관 평가에서 ‘A등급’을 받은 데 이어 얼마 전에는 대통령 표창도 받았다. 한국감정원은 앞으로도 부동산 조사∙통계 전문기관으로서 정부와 국민으로부터 사랑 받는 공기업이 되도록 하겠다.”
- 30여년의 공직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1978년 4월1일 처음 국토해양부에 들어온 뒤 30년 넘게 공무원을 ‘천직’으로 알고 살았다. 기술고시 출신 중에서 32년간 공직생활을 한 사람은 아마 내가 유일할 것이다. 32년 공직생활 중 많은 일이 있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과천신도시 ▲경주보문단지 ▲반월산업공단 조성 등 대형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것과 수도권정비의 제도적 기틀을 마련한 것이다. 공직자로서 보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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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진봉 원장은 “부동산거래 활성화를 위해서 취득∙양도세를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
- 공기업 CEO로서 경영철학이나 리더십은?
“공직생활을 하다가 한국감정원에 와서 보니 공기업의 역할과 기능이 아주 많고, 매우 중요하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됐다. 특히 한국감정원의 주요업무들이 국민과 직접 대면하여 이뤄지기 때문에 무엇보다 국민과 소통, 그리고 서비스 정신을 최우선시 하고 있다. 리더십이라고 하니까 너무 거창한데, 평소에 직원들에게 ‘신나게, 열정적으로 일하자’고 주문한다. 직원들이 각자 맡은 업무를 남에게 미루지 말고, 주체적으로 즐겁게 했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본 체력이 있어야 한다. 나는 10년 넘게 매일 새벽에 일어나 뒷산을 오르고, 밤에도 운동을 한다. 육체가 건강해야 정신도 바로 서고 판단력도 흐려지지 않는다.”
- 올 가을 지방으로 이전하게 되는데, 준비는 잘 되고 있는지?
“한국감정원은 올 9월에 대구혁신도시로 옮긴다. 이전 준비는 잘 되고 있다. 2011년 10월 삼성동 사옥을 2328억원에 매각했고, 작년 2월 대구에서 착공식을 가졌다. 올 9월 입주를 목표로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 대구혁신도시에 가장 먼저 들어가는 공기업이 될 것이다. 근무지를 옮겨야 하는 직원들이 걱정이지만, 대구에서 근무하는데 지장이 없도록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 끝으로 한국감정원의 비전과 개인적인 포부는?
“한국감정원은 부동산 감정평가 중심에서 부동산 조사∙통계 기관으로 그 기능과 역할이 크게 바뀌었다. 한국감정원이 부동산시장의 가격질서를 바로 세우고, 감정평가시장이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특히 부동산 조사·통계 전문 공기업으로서 정부의 부동산정책을 적극 지원하고, 국민 경제활동에 큰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많은 성원과 지지를 부탁한다.(웃음)”
항상 정열의 붉은 넥타이를 메고, 직원들과 스스럼없이 소통하기를 좋아하는 권 원장. 새 정부의 신규 세원 확충을 위한 큰 그림을 구상하고 있는 권 원장의 ‘승승장구’를 기대해 본다.
김현주 기자 egg0lov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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