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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원 고료 제9회 세계문학상] ‘망원동 브라더스’ 줄거리

입력 : 2013-02-20 18:27:41 수정 : 2013-02-20 18:2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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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총각 백수·기러기 아빠·공시생…
옥탑방서 재기를 꿈꾸며 ‘아옹다옹’
‘나’는 35세의 무명 만화가다. 현재 마땅한 일감이 없는 ‘사실상 백수’로 서울 망원동의 26㎡(약 8평)짜리 옥탑에 살고 있다. 무더운 여름 캐나다로 이민을 갔던 선배 ‘김 부장’이 가족은 그곳에 둔 채 혈혈단신 귀국한다. 딱히 갈 데가 없는 김 부장은 나의 집에서 신세를 지기로 한다. 망원동 옥탑은 30대 백수와 40대 ‘기러기 아빠’가 동거하는 공간이 된다.

나와 김 부장은 일자리를 알아보지만 쉽지 않다. 집주인 할아버지는 “젊은 사람들이 그렇게 살아서 쓰겠느냐”고 우리를 구박한다. 별명이 ‘망원2동 슈퍼 할아버지’인 집주인은 동네 오지랖 대장이다.

어느 날 일을 구하러 간 만화가 선배의 돌잔치에서 나는 옛 스승을 만난다. ‘싸부’라 불리는 그는 50대 후반의 만화 스토리 작가로 현재 가출 중이다. 며칠 뒤 그가 잔뜩 취해 우리 집에 온 뒤 무작정 눌러앉는다.

나는 가까스로 학습만화 작업을 구해 밀린 월세를 낸다. 김 부장은 이 일 저 일 다 도전해 보지만 모두 깨진다. 싸부는 우리한테 이상한 기획을 자꾸 들이미는데 영 쓸모가 없다. 멀쩡한 성인 남자 3명이 모여 밥 굶을 걱정이나 하고 있으니 이보다 더 한심할 수가 없다.

그림=정아람 기자
마침 동네에 새로 마트가 생기고, 론칭 행사로 빨리 먹기 대회가 열린다. 세 남자는 대회에 참가해 1등 상품인 TV를 받아 팔아치울 계획을 세운다. 결승에 오른 김 부장은 안타깝게도 엄청난 먹성의 동네 고시원 청년에게 1등을 빼앗긴다. 자세히 보니 청년은 나의 대학 후배 ‘삼척동자’가 아닌가.

삼척동자는 ‘아는 척’, ‘잘난 척’, ‘돈 많은 척’ 해서 생긴 녀석의 별명이다. 졸업 후 사법·행정·외무시험를 줄줄이 떨어진 뒤 현재 9급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단다. 녀석은 자기 방에는 둘 곳이 없다며 상으로 받은 TV를 옥탑방에 기증한다. 그러고 나서 매일 TV를 보러 와 좀처럼 돌아가지 않는다. 망원동 옥탑은 이제 20대 수험생, 30대 백수, 40대 기러기 아빠, 그리고 50대의 가출한 중년남성이 함께 지내는 공간이 된다. 여름의 끝자락 인구밀도가 극단적으로 높은 망원동 옥탑은 불지옥이다.

어쨌든 망원동은 서민들이 살기 좋은 동네다. 최고의 재래시장인 망원시장이 있고 이웃의 서교동·합정동·상암동보다 물가도 싸다. 가까이에 한강이 있어 산책과 운동에 적합하고, 망원동이란 이름답게 전망도 훌륭하다. 그래서일까, 추석이 되어도 옥탑의 사내들은 고향에 갈 생각을 않는다.

노총각에 백수인 나는 고향에 갈 면목이 없다. 김 부장은 아직 캐나다에 있는 것으로 돼 있다. 싸부는 최근 부인한테서 이혼 통보를 받았다. 그나마 삼척동자가 집에서 싸갖고 온 추석 음식을 안주 삼아 술판이 벌어지는데….

김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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