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뚝심에 이끌려 10년 전부터 발탁 이정현 청와대 정무수석 내정자는 ‘호남의 노무현’으로 빗대어진다. 새누리당 불모지 광주에서만 1995년 시의원, 17·19대 총선에 출마해 3번 모두 고배를 마셨다. 지역주의 청산을 위해 고집스레 부산에 출마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과 닮았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도 이런 이 내정자의 뚝심에 끌렸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 당선인은 “어려운 곳에서 얼마나 고생이 많으냐”며 전화로 격려했다. 총선 직후 오찬 자리에서 “한나라당의 호남 포기전략을 포기해 달라”며 열변을 토하는 이 내정자의 모습에 다시 한번 강한 인상을 받았다. 박 당선인은 “어쩌면 그렇게 말씀을 잘하느냐”며 감탄했고 며칠 뒤 그를 당 수석부대변인에 앉혔다.
이 내정자도 ‘의리’를 저버리지 않았다. 박 당선인이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패하자 이 내정자를 ‘모시려는’ 곳이 많았다. 당시 이명박 대선후보는 선대위 고문을, 김문수 경기지사 측은 경기도 정무부지사를 제안했다고 한다. 이 내정자가 국회에 입성한 건 18대 국회에서 박 당선인 몫의 비례대표를 통해서였다.
거침없는 언변과 친화력은 그의 최대 무기로 평가받는다. 박 당선인의 ‘입’으로 대언론 창구 역할도 무난히 수행해 왔다. 하지만 지나친 ‘입심’이 의도와 다르게 화를 초래하기도 한다. 작년 대선에서 야권의 투표시간 연장법 처리 요구에 선거 중도사퇴 후보에 대한 선거보조금 지급을 금지하는 이른바 ‘먹튀방지법’ 연계 처리를 언급했다가 화를 자초한 게 대표적이다.
이 내정자는 이날 인수위 브리핑룸에서 “정무수석은 소통수석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집사광익(集思廣益)’이란 사자성어를 인용했다. “많은 의견과 지혜를 모으고 더 겸손하게 의견을 들어 도움을 요청하면 큰 이익을 더할 수 있다”는 뜻으로, 당정 협의와 국회 관계를 원만히 이끌어 나가기 위해 무엇보다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각오로 읽힌다.
김재홍 기자 h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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