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는 것 쾌감… 어린 여성 표적
길거리·학교 근처 주로 나타나
피해자 36%가 ‘정신적 충격’
대부분 상습적… 다른 성범죄도
신고율 6% 안돼… 적극 대처를

공공장소에서 여성에게 알몸이나 성기를 노출하는 공연음란죄를 저지르는 속칭 ‘바바리맨’ 피해자 10명 가운데 8명 정도가 10대로 나타났다. 공연음란죄는 변태적 성욕을 채우기 위한 엄연한 범죄임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들의 신고율은 5%대에 그쳤다.
17일 경기지방경찰청 김윤식 경사의 ‘공연음란 범죄 피해자의 실태조사’ 논문에 따르면 공연음란 피해자 216명에게 피해 당시 나이를 물은 결과 77.3%가 10대로 파악됐다. 이어 20대(12.7%), 10대 미만(9.1%), 30대 이상(0.9%) 순으로 조사됐다.
피해 장소는 길거리가 38.6%로 가장 많았고, 학교 근처(34.7%), 공원·놀이터(11.6%)가 뒤를 이었다. 아동·청소년들이 등하굣길에 주로 피해를 당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공연음란 범죄자들이 주로 10대를 표적으로 삼는 이유는 상대방이 두려워하고 놀라는 것에서 ‘쾌감’을 느끼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 바바리맨 피해자에게 정신적 충격 여부를 물었더니 ‘매우 컸다’와 ‘컸다’라고 응답한 사람이 36.9%(109명)에 달했다.
변태 성욕자가 주로 저지르는 공연음란죄는 상습적이고 다른 성범죄로 연결되기도 쉽다. 지난해 12월에는 지하철 승강장에서 음란행위를 한 뒤 체액을 여성에게 뿌린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이모(37)씨가 조사를 받고 돌아가던 중 여성을 성추행해 구속되기도 했다. 이씨는 비슷한 공연음란·성추행 전과가 5번이나 있었다.
이 같은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가벼운 범죄에 속하는 알몸·성기노출 단계부터 적극적인 신고가 이뤄져야 하지만 실제 신고율은 매우 저조했다.
공연음란 피해자 중 5.6%만이 피해 사실을 당국에 신고했다. 10% 안팎인 성범죄 신고율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동국대 곽대경 교수(경찰행정학)는 “공연음란 범죄 피해를 입었을 때 놀란 마음에 그냥 지나갈 것이 아니라 적극 신고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또 공연음란은 변태 성욕의 초기 단계에 해당하므로 범죄자를 적발했을 때 처벌보다는 심리치료 등을 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오현태 기자 sht9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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