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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537마력 벤츠 ‘SL63AMG’, 짜릿한 성능과 여유

입력 : 2013-02-14 10:46:23 수정 : 2013-02-14 10:4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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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것을 금상첨화라고 불러야한다. 차체는 가벼워졌고 엔진은 더욱 강해졌으며 연비도 향상됐다. 스타일은 날렵하고 강렬하게 바뀌었다. 첨단 기능들로 무장해 달리기와 안전의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이렇게 차를 칭찬했지만 이 차의 가격은 2억이 넘는다. 하지만 이 차는 비싸서 좋은게 아니라 좋아서 비싸다. 마치 말장난 같은 차이는 차를 직접 타면 느낄 수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스포츠 로드스터 SL을 시승했다. 정확한 모델명은 ‘SL 63 AMG’다. 537마력의 8기통 5.5ℓ 터보차저 엔진이 장착됐고 알루미늄 보디 구조를 적용해 전작에 비해 125㎏이나 가벼워졌다.

이 차를 2인승 로드스터로 부르기엔 덩치가 조금 크다. 통상 로드스터는 천정이 열리는 작은 스포츠카를 일컫기 때문이다. SL은 벤츠의 최고급 라인업 가운데 하나다. 이보다 작은 로드스터로 ‘SLK’가 있다. SL에 작다는 뜻의 독일어 ‘kompakt’의 앞자 ‘K’가 붙은 차다.

▲ 경쟁모델 찾기 힘든 벤츠만의 세계

메르세데스 벤츠의 차를 타다 보면 독특한 세계를 느끼게 된다. 특히, S·E·C 클래스를 벗어난 차를 만날 때 더더욱 그렇다. 럭셔리한 쿠페를 지향하는 ‘CL’ 클래스나 화려한 과거의 영광을 되살린 ‘SLS’는 보기만 해도 눈이 즐겁다. G클래스의 강렬함은 남성미를 물씬 풍긴다. 이 차들 어디에도 S·E·C 클래스의 대중적이고 무난한 멋은 찾아보기 힘들다. 100년이 넘는 벤츠만의 독특한 자동차 라인업을 그대로 보여주는 차다.

우리나라에서는 소위 세단 몇 종류가 전부인 듯 팔려나가지만 벤츠는 다양한 라인업을 가졌다. 그중 하나가 바로 2억890만원의 로드스터 SL이다. 여기에 벤츠 특유의 AMG가 들어갔다. AMG는 벤츠의 고성능 브랜드로 강력한 퍼포먼스를 만들어낸다. 귀로만 들어도 두근거리는 차를 만들어내는 장본인이다.

▲ 한겨울에도 맛보는 오픈톱의 즐거움

차를 타고 거리로 나섰다. 우릉거리는 배기음은 주차장에서부터 남다르다. 전작에 비해 많이 조용해졌지만 그래도 감추지 못하는 강렬함이 있다. 첫 번째 신호등에서 오른쪽 콘솔박스 앞에 있는 스위치를 눌렀다. 변신로봇처럼 천정이 들리더니 3조각으로 나뉘며 트렁크로 들어간다. 좌석 끝 뒤편 중앙에는 유리가 올라와 와류를 막아준다. 옆 창문을 끝까지 올리고 바람을 막았다. 신호가 바뀌어 가속페달을 밟았다. 우르릉거리는 엔진과 함께 차는 달려나간다. 눈 깜짝할 사이 시속 60㎞/h를 지났다. 계기반 왼쪽 속도계에서는 바늘이 움직이려다 멈춰선 정도. 6시부터 3시까지 이어지는 속도계는 시속 320㎞/h까지 나온다. 그러니 시내 도로에서의 제한속도 60㎞/h는 바닥에서 약간 움직이는 정도다.

▶ 시트에서 뜨거운 바람이 목 뒤로 나오는 ‘에어 스카프’기능.
속도를 높여 달리지만 바람은 들이치지 않는다. 발 아래에서 히터가 나오고 있고 시트의 열선이 몸을 따듯하게 해준다. 오디오 아래 버튼을 누르니 목 뒤에서 따듯한 바람이 나온다. 벤츠가 자랑하는 ‘에어 스카프’ 기능이다. 따듯한 바람과 열선이 온몸을 감싸고 있고 달려오는 바람은 유선형 차체를 타고 트렁크 아래로 바로 넘어가니 한겨울에도 찬바람 걱정은 없다. 다만, 시내에서 달리기엔 시샘 어린 시선이 부담스러울 뿐이다.

로드스터의 단점인 갑갑한 느낌이 없다. 천정은 모두 유리로 되어있어 개방감이 뛰어나다. 유리 천정은 버튼 하나로 짙은 색이 됐다가 다시 투명한 유리로 바뀐다. 여름철 강렬한 햇볕도 문제없다.

▲ 한계를 느끼기 두려운 달리기 머신

오른쪽 암레스트 부분을 보면 7단의 자동변속기 레버가 있고 그 아래로는 동그란 다이얼식 스위치가 있다. 달리기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컴포트, 스포츠, 스포츠플러스, 매뉴얼의 4가지 모드가 있다. 일상적인 시내 주행에는 컴포트 모드가 어울린다. 조금 달리고 싶다면 스포츠 모드, 여기에 정말 뛰어난 달리기 조건과 운전실력을 갖췄다면 매뉴얼 모드를 과감하게 선택해도 된다.

이때마다 차는 성격이 바뀐다. 적어도 4개의 다중인격이 엿보인다. 컴포트 모드에서는 적당히 딱딱한, 그래서 편안한 자동차가 된다. 시내 주행이나 장거리 주행에 적합하다. 스포츠로 바꾸는 순간 변속시점, 스티어링의 강도가 바뀐다. 오른발과 가속페달이 바짝 붙은 느낌이다.

스티어링은 일반적인 느낌과 다르다. 조금만 돌려도 어지간한 코너를 빠져나간다. 전동 어시스트가 작동하면서 코너링이 쉬워졌다. 255/35/19인치의 대형 타이어를 저속에서도 쉽게 움직일 수 있다.

브레이킹 성능은 달리기보다 2배쯤 뛰어나다. 카본 세라믹 브레이크를 적용해 뛰어난 타이어 그립력을 바탕으로 차를 세운다. 가벼운 스티어링휠과 뛰어난 가속력 그리고 브레이킹 성능을 바탕으로 이 차는 고속의 코너링과 스포티한 주행을 무리 없이 소화해낸다.

▲ B&O 오디오와 IWC시계

명품과 명품이 만났다. 벤츠의 역사와 명성에 버금가는 시계와 오디오가 SL에는 장착됐다. 오디오 한 세트에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B&O가 차로 들어왔다. 대시보드에는 마치 우주선처럼 생긴 스피커가 자리 잡았다. 천정을 열고 달려도 소리는 운전자의 귀에 쏙쏙 들어온다. B&O는 최근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에서 최고급 라인업에 장착하는 추세다.

명품이라 부르는 시계도 장착했다. 마치 독일의 또 다른 고성능 스포츠카를 보는 듯하다. 대시보드 중앙에 자리 잡은 동그란 시계는 IWC 제품이다. 아마도 추정컨대 저 시계 하나만 해도 수백만원은 충분히 넘어 보인다.

화려하고 매력적인 디자인에 달리기 성능까지 발군이니 어찌 금상첨화라고 부르지 않을까. 차를 타는 내내 머릿속에 남는 말이다. 짧은 시승기간 동안 고성능의 차를 갖고 막히는 서울 시내만 돌아다닌 아쉬운 시승이었지만 오히려 대도시에서 고성능 차, 오픈톱 스포츠카의 유용성을 알아본 좋은 기회였다.

누군가가 물었다. “도대체 537마력이나 되는 차가 도시에서 무슨 필요가 있냐”고…. 이렇게 대답해야겠다. “힘이 필요한 이유는 여유를 갖기 위함이다”라고.

 이다일 기자 aut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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