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향한 발걸음은 본능 같은 것 나로호 발사 성공으로 우리나라도 우주 개발의 첫걸음을 내디뎠다. 지구상의 물체는 중력 작용 때문에 지구 중심을 향해 떨어지게 마련인데 이 힘을 극복하고 우주를 향해 나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왜 인간은 살기 좋은 지구를 뒤로하고 우주로 나가려 하는 걸까. 물론 지구의 한계를 넘어서서 우주의 자원을 활용하고자 하는 실용적 면이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근원적인 우주에 관한 호기심이 보다 강력한 동기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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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준 서울대 교수·화학 |
나는 어디에서 왔을까. 물론 가깝게는 부모에게서 왔다. 그럼 부모는. 이렇게 거슬러 올라가면 결국 우리 몸을 구성하는 원자는 궁극적으로 어디에서 왔는가라는 문제가 된다. 우리 몸에는 어떤 원자가 가장 많을까. 체중의 3분의 2 정도는 물이고, 물 분자(H2O)에는 수소 원자(H) 두 개와 산소 원자(O) 한 개가 들어있으니까 우리 몸에 가장 많이 들어있는 것은 수소임이 틀림없다. 두 번째는 산소이고, 세 번째는 탄소(C)일 것이다. 수소는 언제, 어디에서 만들어졌을까.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에 대한 현대 과학의 대답은 ‘우리는 137억 년 전 한 점에서 출발한 빅뱅 우주에서 왔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 몸에 가장 많은 수소는 빅뱅 우주에서 처음 1초 이내에 만들어진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나머지 산소, 탄소 등 수소보다 무거운 원소는 수억 년 후에 별의 내부에서 만들어졌다. 그런데 산소, 탄소 등 무거운 원소는 수소의 융합을 통해 만들어진다. 따라서 우리 몸은 궁극적으로 수소로 이루어진 셈이고, 결국 빅뱅 우주에서 온 것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 주위의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137억 년의 여정을 거쳐 온 소중한 존재이다.
그런데 우리는 우리 자신의 기원인 우주가 137억 년 전에 빅뱅으로 출발했다는 것을 어떻게 알게 됐을까. 빅뱅 우주론은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는 것일까. 언제 수정될지도 모르는 가설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 신빙성이 있다면 어느 정도의 확실한 증거가 있는 것일까. 빅뱅 우주론이 맞는다면 우주는 크기 면에서 또 나이 면에서 유한하고 계속 진화해왔다는 것이 된다. 그러나 뉴턴은 우주가 무한히 크다고 생각했고, 아인슈타인은 우주는 동적이 아니라 정적이라고 생각했다. 뉴턴이나 아인슈타인과 같은 과학자가 위대한 이유는 그들이 어떤 중요하고 어려운 문제에 대해 맞는 답을 찾았기 때문이지 모든 중요한 문제에 대해서 맞는 답을 했기 때문은 아닌 것이다.
현대 과학의 눈으로 볼 때 빅뱅 우주론은 우주의 팽창, 우주배경복사, 그리고 우주의 원소 분포라는 세 기둥에 의해 튼튼한 지지를 받으면서 지동설 못지않게 확실한 지위를 누리고 있다. 그래서 수소로 이루어진 우리는 나이가 137억 년이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의 고향인 우주를 향한 발걸음을 멈출 수 없는 것이다.
김희준 서울대 교수·화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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