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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북, 이 난리에 호화 생일잔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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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02-04 23:36:46 수정 : 2013-02-04 23:3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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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실험 위협하며 김정일생일 준비
한반도 평화·공영의 길로 나서라
북한에서 최대 명절은 다름아닌 바로 김일성과 김정일의 생일이다. 김일성의 생일인 4월 15일은 1968년에 북한의 법정공휴일로 지정됐고, 그가 62세 되던 1972년부터는 북한의 최대 명절 ‘태양절’로 기념하고 있다. 그의 뒤를 이은 아들 김정일의 경우엔 34세가 되던 해에 그의 생일이 정식 공휴일로 지정됐고, 50세가 되던 1992년에 민족 최대의 명절로 승격됐다. 또한 북한은 2011년 12월에 사망한 김정일의 70번째 생일이었던 지난해에 ‘광명성절’로 명명했는가 하면, 그의 유훈을 받들기 위해 ‘김정일 훈장’과 ‘김정일 상’을 제정하고, ‘김정일 기념우표’를 발행했으며 열병식 등을 포함한 대대적인 축하행사를 가진 바 있다. 

유영옥 경기대 교수·한국보훈학회장
이번에도 북한은 16일 김정일의 생일을 요란하게 준비하면서 변함없이 이어지는 북한체제의 모순과 비합리성을 또다시 유감없이 드러내고 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에 의하면 “민족 최대의 경사스러운 명절인 광명성절을 맞이해 제17차 ‘김정일화’ 축전이 혁명의 수도 평양에서 진행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김정일화’는 일본의 한 식물학자가 남아메리카가 원산지인 베고니아의 한 품종을 개량한 것을 김정일의 46세 생일에 선물한 것이 계기가 돼 그를 상징하는 꽃으로 북한에서 자리매김했다. 그런데 이 꽃의 꽃말이 아이러니하게도 ‘사랑’, ‘지혜’, ‘정의’라고 한다. 미국의 ‘선댄스 영화제’에서 수상한 2009년 제작된 북한 인권 고발 다큐멘터리 ‘김정일리아’가 바로 이 꽃말의 아이러니를 잘 표현한 바 있다.

김정일은 경제파탄으로 수백만의 북한 주민을 아사(餓死)로 내몬 장본인이자 아우슈비츠 수용소와 비교될 정도의 참혹한 정치수용소를 통해 인권탄압을 자행하며 자신은 호화로움의 극치에 달하는 생활을 했던 독재자였다. 그럼에도 북한은 지금까지도 김정일의 업적을 칭송하고 있다. 경제난 속에서 주민의 굶주림과 그로 인한 참상은 외면한 채 죽은 자를 치장하기 위한 호화생일 쇼를 계획하고 있는 북한정권의 모습은 반인민성과 체제의 허구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주체사상’으로 철갑을 두르고 외부와의 교류를 거부한 채 벌어지고 있는 북한 사회의 현상은 21세기 세계화와 민주화의 도도한 흐름 속에 서 있는 우리를 포함한 세계인의 상식으론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 이러한 이유에서 북한은 세계 최고의 ‘극장국가’, ‘미지의 나라’라는 별칭을 얻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세계의 조롱거리인 3대 세습 공고화를 위해 미사일 발사, 핵실험 등의 군사도발도 모자라 독재자 김정일을 성인의 반열에 세우려는 비상식적 추모를 대대적으로 벌이고 있다. 특히 국제사회의 비난 속에서도 제3차 핵실험계획은 세계평화를 뿌리째 흔드는 비인간적 도발행위다.

북한이 심각한 경제난에도 사망한 김정일을 추모하는 각종 정치행사 준비에 광분하려는 의도를 이미 알 만한 사람은 모두 알고 있다. 그것은 아버지 김정일에 대한 주민의 충성심과 존경심을 유도함으로써 할아버지 김일성에 이어 혁명 혈통으로서의 정통성을 확고히 하고 이를 통해 김정은 체제 안정성을 구축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정권은 더 이상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고, 과연 어떻게 하는 것이 진정 한반도의 평화와 민족의 번영을 이끌어내는 것인지 깊이 성찰해야 할 것이다. 언제까지 세상 사람이 다 아는 진실을 외면한 채 김일성과 김정일을 신성불가침의 존재로 만들어 시대착오적인 절대왕권과 같은 독재를 이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유영옥 경기대 교수·한국보훈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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