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리의 국무위원 제청권, 정책조정 등 헌법에 보장된 총리의 권한을 보장하는 책임총리제가 이번에 처음 시도되는 것은 아니다. 역대 정부에서 꼽는다면 노무현 정부의 이해찬 전 총리가 책임총리의 모습에 가장 부합한다.
이 전 총리는 내각을 실질적으로 주도하며 행정수도 건설, 방폐장 문제 등 굵직굵직한 국가현안을 처리했다. 노 전 대통령은 “나와 천생연분이다” “정말 유능하다”며 힘을 실어줬다. 이처럼 신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인물을 찾는 것이 박 당선인이 고민하는 점이다.
내치를 장악하고 정책을 주도하려면 학자 출신보다는 정무 감각을 갖춘 정치인이나 행정경험이 많은 관료 출신이 적합하다는 평이 나온다. 새누리당 내에서는 인수위원 인선과 달리 초대 내각 인선에는 능력이 검증된 정치인 3∼4명의 발탁 가능성을 점친다. 문제는 2인자를 용납하지 않는 박 당선인의 스타일을 감안할 때 ‘실세 총리’의 등장은 어렵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많다. 대선 캠프에 참여했던 새누리당 관계자는 14일 통화에서 “총리에게 (박 당선인이) 힘을 실어준다고 해도 독자적인 권한을 주기보다는 자신의 의지를 관철하기 위한 차원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 당선인 측이 자체 검증팀을 가동한 것은 이명박 정부의 첫 내각 구성 당시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출신) 인사 파동을 의식한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와 관련해 박 당선인 주변에서는 ‘서국영’(서강대·국가미래연구원·영남 출신) 인사 배제론이 거론되고 있다. 박 당선인의 모교인 서강대,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 정치적 고향인 영남 출신 등 측근 인사를 최대한 멀리해야 한다는 의미다. 대통령직인수위 인선에서는 역대 인수위에 비해 당선인의 동문과 동향의 비중은 크게 줄었지만 국가미래연구원 출신이 다수 포진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박 당선인의 경우에는 이명박 정부와는 다른 형식의 측근 인사가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박정희 정권과 관계가 있거나 국가미래연구원 경력이 있는 학자도 국민의 눈높이에서는 모두 측근인사로 볼 수 있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강구열·박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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