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내 파워게임설, 문책설 등이 나돌고 있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게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은 14일 “(최 위원의) 사의 표명 배경은 일신상의 문제이기에 더는 추가적으로 말씀드리지 않는 것이 도리라고 본다”고 전날과 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김용준 인수위원장도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의 관련 질문에 침묵으로 일관했다.
![]() |
김용준 대통령직인수위 위원장이 14일 취재진의 질문 공세를 뒤로한 채 서울 종로구 삼청동 인수위가 있는 건물 현관으로 들어서고 있다. 허정호 기자 |
인수위 주변에선 ‘인수위 내 파워게임설’ ‘보안 유출 책임설’ 등 확인되지 않은 최 전 위원과 관련된 의혹이 난무하고 있다. 인수위가 명쾌한 이유를 밝히지 않는 것도 이처럼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분위기다. 외부와 연락을 끊고 잠적한 최 전 위원은 사퇴 사실이 알려진 13일 밤 지인들에게 “개인 비리는 아니고 조금 복잡한 사안이 발생해 그만둔 것”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전 위원은 인수위 관계자에게도 “내 잘못은 아닌데 책임질 것이 생겨 그만두게 됐다”고 말했다는 전언이다.
박 당선인이 오랜 기간 자신을 도운 최 전 위원의 사의를 수용했다는 점에서 인수위 운영과 관련해 책임을 물은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박 당선인이 ‘설익은 정책’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새 정부 정책 혼선을 야기하는 데 엄중한 대응을 주문한 상황에서 국가안보실 설치, 대북정책 변화 등과 관련한 언급이 ‘인수위발’로 나오자 문책성 조치가 불가피했던 것 아니냐는 얘기다. 최 전 위원은 ‘이명박 정부의 5·24조치 단계적 완화 필요성’ 등을 제기하며 대북 온건파로 분류됐다. 지난 3일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신년사를 ‘긍정적인 신호’라고 해석해 논란을 낳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최 전 위원 발언의 책임 논란 이면에 인수위 내 대북정책 기조를 둘러싼 파워게임이 깔려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온건파로 분류되는 최 전 위원과 국방장관 출신의 강경파인 김장수 외교·국방·통일분과 간사 간 힘겨루기에서 최 전 위원이 발언 문제에 발목이 잡혀 결국 밀려난 꼴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김 간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저나 (같은 분과) 윤병세 위원이 압력을 행사할 사람이냐”며 “절대 없다. 절대 없다라고 봐도 된다”고 강조했다. 최 전 위원이 눈물을 흘렸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서도 “눈물을 봤나?”라며 일축했다.
◆대북정책 기조 변화하나
최 전 위원이 중도하차 하면서 결과적으로 김 간사에게 힘이 실릴 공산이 커졌다. 상당수 대북 전문가들은 박 당선인이 후보 시절 내세운 ‘균형잡힌 대북정책’ 틀이 수정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마침 북한 전문가 사이에서 안보에 관해 원칙론을 가진 김 전 장관이 관련 분과 간사를 맡은 데다 통일부 업무보고 순위가 국방부에 밀리면서 당선인이 대북 교류보다는 안보에 방점을 찍은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터였다. 최 원장과 오랜 기간 친분을 유지해 온 A교수는 “안보를 지나치게 강조하면 남북관계 개선은 한계가 명확할 수밖에 없다”면서 “진보와 보수 양쪽 목소리를 전부 귀담아 들을 수 있는 합리적 성향 인물인 최 교수가 빠진 만큼 이제 인수위는 한쪽으로 기울어지게 된 것 아니냐”고 우려를 표시했다.
나기천·김민서·유태영 기자 na@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