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리에 방영 중인 SBS ‘드라마의 제왕’에서는 주인공 앤서니(김명민)가 흐릿한 시야 때문에 안과 검사를 받는 장면이 나온다. 앤서니가 진단받은 병명은 레버씨 시신경 위축증(Leber Hereditary Optic Neuropathy·LHON). 눈앞이 점점 뿌옇게 보이다 몇 개월 안에 시력을 잃는 심각한 질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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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의 유전질환은 조기 검사를 통해 발견할 수 있다. 어릴 때 무심코 지나쳤다가 성장한 뒤 발현되면 치료시기를 놓쳐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명 이야기를 다룬 SBS ‘드라마의 제왕’ 한 장면. |
LHON은 유전자 돌연변이 때문에 발병한다. ‘드라마의 제왕’에서는 앤서니가 시각장애인 어머니와 함께 생활했던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이는 주인공이 앓고 있는 LHON이 모계 유전병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연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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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안에 비친 사물(왼쪽)과 레버씨 시신경 위축증 질환안에 비친 사물. |
이 병은 뚜렷한 전조증상 없이 발병해 급속도로 진행되는 특징이 있다. 통증이 동반되지 않기 때문에 알아채기 힘들다. 대부분의 환자가 발병 후 몇 개월이 지나면 시력을 잃는데 1∼2개월의 간격을 두고 양쪽 눈 모두 실명된다.
LHON은 아직까지 뚜렷한 원인이나 치료방법이 없다. 가족력이 있는 경우 정기적인 임상 검사와 유전학적 검사를 받아야 한다. 특히 음주와 흡연을 하면 발병률이 훨씬 높기 때문에 자제하는 것이 좋다.

‘몸이 100냥이면 눈이 90냥’이라는 말이 있다.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눈이 중요하다. 특히 유전질환에 의한 실명은 자식에게도 되물림되는 경우가 많아 조기 검진이 중요하다.
◑ 아벨리노 각막 이상증=우리나라 인구 870명당 한 명꼴로 나타나는 유전질환이다. 눈동자의 각막 표면에 염증 없이 흰 점이 생기면서 시력이 나빠지고 결국 실명한다. 부모 중 한 사람에게 아벨리노 유전자가 있으면 자식에게 우성 유전된다. 개인차가 있으나 12세부터 흰 점이 생기기 시작해 점이 늘어나고 크기도 커진다. 나이가 들수록 시력 감퇴와 눈부심, 명도대비 감소 등으로 사물이 어둡게 보이면서 60∼70세에는 시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현재까지 완치 방법은 없다.
배계종 부평성모안과 원장은 “안과에서 유전자 검사를 통해 약 2시간이면 간단히 질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며 “육안으로 흰 점이 희미하게 보이고 갑자기 시력이 떨어지는 경우 아벨리노 각막이상증을 의심해 보고, 각막을 깎는 라식은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 망막색소변성증 =국내 인구 4000명당 한 명꼴로 나타난다. 망막을 구성하는 시세포층 가운데 빛을 감지하는 세포들이 서서히 사라지면서 시야가 좁아지고 결국 시력을 잃는 질환이다. 젊은 나이에 백내장이 함께 나타나거나 망막 부종이 발생하고 청각장애 등이 동반될 수 있다. 야맹증, 시야 협착, 눈부심 현상, 시력 장애가 나타난다. 실명했어도 종종 사물의 형태나 빛의 밝기를 구분할 수 있다.
◑ 코우츠병=이름부터 생소한 코우츠병은 망막모세혈관의 확장 및 혈관류를 발생시켜 망막 내부나 망막 아래 공간에 삼출물을 축적시키고 삼출망막박리를 일으키는 질환이다. 20대 이전 남성의 한쪽 눈에 주로 나타나며 백색 동공, 사시, 시력저하의 특징을 보인다. 8∼13세에 안경교정 시력이 정상 이하인 경우, 망막 검사를 통해 질환의 유무를 확인해야 한다. 레이저, 냉동응고, 수술적 치료 방법이 있다.
◑ 녹내장=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2% 정도가 앓고 있다. 안압 상승으로 시신경이 눌리거나 혈액공급에 장애가 생겨 시신경이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 질환이다. 눈으로 받아들인 빛을 뇌로 전달하는 시신경에 장애가 생기면 시야 결손이 나타나고 말기에는 시력을 잃게 된다. 가족 중 한 명이라도 녹내장이 있으면 가족 전체가 녹내장 검사를 받아야 한다. 부모가 녹내장이 있으면 녹내장 발병률이 정상인에 비해 2∼3배, 형제가 녹내장이면 5∼7배 높다는 보고가 있다.
김신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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