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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비 그친 하늘, 무지개는 보일까?’ 르노삼성 부산공장을 다녀와서

입력 : 2012-12-17 17:31:40 수정 : 2012-12-17 17:3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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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하늘이 심상치 않더니 부산에 이르자 굵은 빗줄기가 쏟아졌다. 지난 14일 르노삼성자동차는 자동차 출입기자 수십 명을 부산 공장으로 초청했다. 공식적으로 대규모의 기자단을 초청한 행사는 기억에 따르면 2007년 이후 처음이다. 당시 국내에서 개발·생산하는 신차 QM5의 생산라인을 보여주기 위해서 기자들을 초청했었다. 자동차 산업은 호황기였고 삼성자동차를 품은 르노그룹의 전략은 한국에서 안착하고 있었다.

5년 만에 부산공장에 들어서니 그때와 똑같은 모습의 전시관이 그대로 놓여있다. 다만, 로비에는 새로 나온 SM5와 SM3 그리고 QM5, SM7의 양산차가 자리를 채웠고 한층 아래 쇼 룸에는 내년 출시한다는 소형 SUV 캡처의 컨셉트카가 놓여있어 그동안 바뀐 분위기를 실감케 했다.

올해 르노삼성자동차는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를 겪었다. 2000년 연간 1만4157대를 생산하며 해마다 성장을 이어오던 르노삼성차는 2010년 연간 27만5267대를 생산하며 정점에 이르렀다. 하지만 불과 2년만인 올해에는 한창때의 절반 수준인 14만4083대(11월까지)로 떨어지며 급락했다. 10년간 차근차근 정상으로 올라갔다가 벼랑으로 떨어지듯 내몰렸다.

물론 원인으로는 여러 가지가 지목됐다. 한동안 신차 개발을 게을리했으며 유럽발 금융위기를 비롯한 세계 경기에 대처하지 못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등장했다. 여기에 작년 출시한 SM7이 신통한 결과를 내놓지 못하며 한층 더 빨리 위기가 다가왔다.

형님이 만든 위기를 아우가 극복했다고 해야할까. 올 들어 한국 시장 철수설까지 나돌며 온갖 소문에 휩싸였던 르노삼성자동차가 회심의 발판을 마련했다. 바로 11월 출시한 신형 SM5다. 르노삼성차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주력 차종이 분위기 반전을 위해 투입됐다. 신형 SM5는 반응이 좋다. SM5를 출시한 지난달 르노삼성은 내수시장에서 5184대를 팔며 단숨에 올 최고 기록을 세웠다. 이중 절반 이상인 3383대가 신형 SM5였다.

덕분에 공장과 회사는 활기를 되찾고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희망퇴직을 통해 헤어진 많은 동료의 희생이 있었지만 말이다. 공장은 11개월 만에 잔업을 재개했고 불혹의 젊은 프랑스인 사장은 매주 르노삼성 전국 영업망을 순회하며 직원들을 다독였다.

5년 만에 다시 찾아온 르노삼성 부산공장은 굵은 빗속에도 활기가 느껴졌다. 4개 엔진부터 신·구형 SM3를 비롯한 총 6개 차종을 생산하는 공장은 부산 강서구 신호산업단지에 자리 잡았다. 애초 부산시와 제2공장 건설을 염두에 두고 165만㎡ 규모로 터를 닦았지만 현재는 절반 정도 규모인 제1공장만 운영하고 있다. 공장을 담당하는 오직렬 부사장에 따르면 “현재의 공장이 4개 플랫폼 6개 모델을 동시에 생산하면서 시간당 64대를 만들었다”고 한다. 이 정도 수준이면 연간 30만대 생산이 가능하다.

르노삼성의 공장은 블록별로 구분돼 있다. 엔진 공장에서는 르노삼성이 생산하는 모든 차에 들어갈 4종류의 엔진을 만든다. 바로 옆의 스템핑 공장에서는 대형 프레스가 찍어낸 차체를 로봇이 용접해 섀시로 만들어낸다. 같은 기계가 여러 차종의 금형을 찍어 내다보니 금형 교체 시간이 중요하다. 이른바 판을 바꾸는 금형 교체시간도 프레스 내부는 9분, 공장 외부는 30분이 소요될 정도로 빠르다. 효율적 생산이 가능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날처럼 비가 많이 내려도 생산중인 자동차는 비를 맞지 않는다. 별도의 통로로 섀시와 엔진이 운반되며 조립라인을 거치기까지 모든 과정이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조립라인에는 숙련공들이 많이 있다. 차를 가장 많이 생산했던 2010년에는 공장 정직원만 2415명이 일했고 아웃소싱 인력 994명과 사무직 294명까지 합해 총 3703명이 르노삼성에서 일했다. 올해 아픔을 겪으며 공장 인력은 1967명으로 아웃소싱은 232명으로 줄었고 사무직도 260명으로 줄었다. 아웃소싱 인력이 크게 줄었고 정직원으로 공장이 체질 개선을 했다. 몸집을 줄이려는 회사 정책에 의한 변화다.

르노삼성은 가벼워진 몸집으로 빠르게 치고 나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날 공장에서 만난 오 부사장은 “엔진 부품 국산화를 대대적으로 추진해 올해 72%까지 끌어올렸다”며 “내년에는 77%까지 국산화 할 계획”이라고 밝히며 앞으로의 방향을 얘기했다. 내년에는 국내에서 최초로 양산형 전기자동차를 생산한다. 오 부사장에 따르면 “전기차 프로젝트가 인프라나 보조금 등의 문제에 따라 지연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르노삼성은 내년 2월 전기차 시험 생산을 시작해 하반기에는 출시할 계획이다”라고 전했다.

수출모델의 확대도 이어진다. 지난 7월 르노닛산얼라이언스의 카를로스 곤 회장이 밝힌데로 닛산의 소형 SUV 로그 후속모델을 르노삼성에서 생산할 예정이다. 또, 내년 말 출시할 신차 캡처도 일단 수입해 판매를 시작하지만 국내 반응을 살펴보며 생산할 계획도 갖고 있다.

르노삼성자동차의 부산공장은 이제 누적 200만대 생산을 눈앞에 두고 있다. 2000년 이후 지난달까지 총 189만9764대를 생산했다. 연간 20만대를 생산한다고 가정하면 내년 여름이면 좋은 소식이 들릴 법도 하다. 르노삼성자동차는 프랑스 르노그룹의 일원으로 우리나라 부산에 공장을 두고 생산하는 완성차 업체다. 공장에는 태극기와 프랑스 국기가 나란히 걸려있다. 하지만, 이곳에는 지금도 2500여 명의 우리 근로자들이 일하고 있고 수출을 통한 기여도 크다. 모쪼록 르노삼성자동차의 선전을 기원하며 짧은 시간 르노삼성 부산공장의 방문을 마쳤다. 어서 비가 그치고 무지갯빛 하늘이 활짝 모습을 드러내길 기대한다.

 이다일 기자 aut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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