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버라 오클리의 신작
친절한 사람들이 흔히 빠지는
‘동반의존과 돌봄 강박증’
심리학적 측면서 분석해
![]() |
바버라 오클리 지음/박은영 옮김/열대림/2만5000원 |
‘친절과 이타심은 항상 좋은 것인가’.
미국 등지에서 100만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 ‘나쁜 유전자’의 저자 바버라 오클리의 신작이다. 나쁜 유전자가 인간의 사악함을 과학적으로 입증했다면, ‘냉혹한 친절’은 친절의 가면에 숨겨진 잔인한 취약점을 풀어냈다. 친절의 이면에 숨은 위선과 잘못된 애정, 인간관계에서 나타날 수 있는 다층적 심리를 정신병리학적으로 분석했다.
2006년 미국 유타주의 한 지방신문에 이런 기사가 났다. ‘사랑해서 결혼하고, 살아남기 위해 죽이다’라는 멋진 제목의 글이었다. 그러나 내용은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가정폭력에 시달린 아내가 남편을 살해하고 사신을 유기하려 했다는 내용. 아내는 다섯 명의 자녀를 둔 46세 전업주부인 캐럴 앨든.

혹여 ‘캐럴 앨든이 다른 사람을 돕고자 하는 마음이 너무 강해 쉽사리 사회적 포식자의 먹이가 될 여자는 아니었나’. 저자는 의문을 풀기 위해 수감된 캐럴과 수십 차례 편지를 주고받았다. 그녀는 편지에 아이들과 예술을 얼마나 깊이 사랑했는지 절절히 표현했다. 다섯 아이를 지키려다 부당하게 갇힌 자애롭고 충실한 어머니였다. 저자는 어떻게 이타적 감정이입이 잘못된 길로 빠질 수 있는지, 어떻게 하여 이타심이 치명적으로 변할 수 있는지에 주목했다.
결론은 이렇다. 흔히 ‘친절한 사람들이 빠지기 쉬운 함정’이었다. ‘동반의존과 돌봄 강박증’이 그것이다. 누군가에게 고도의 기능장애적(과도한) 행동을 하게 만드는 사람에게 붙이는 용어이다. 남편이 약물중독에 폭력을 휘두르지만 어쩔 수 없이 참고 사는 부지런한 아내, 집과 사회를 팽개치고 사회활동을 하는 병적인 엄마, 사이비 종교에 빠져드는 증후군 등 흔히 이런 사람들을 알고 있거나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남을 돕는다고 하지만 결국에는 서로를 더 나쁜 상황으로 이끄는 경우다. 저자는 “무엇보다 큰 문제는 동반의존에 대해 체계적인 리서치를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저자는 캐럴이 남편에게 ‘눈먼’ 친절을 베풀다가 끝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남편의 학대를 유발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캐럴 앨든 사건은 어디까지나 극단적인 사례라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도 없지 않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