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영하 10도를 넘나드는 강추위가 기승을 부린다. 예년과 달리 초겨울부터 눈도 많이 내려 도로도 꽁꽁 얼어붙었다. 12월은 자동차 업계도 한해를 정리하고 새로운 계획을 세우기 위해 차분히 준비하는 때다. 하지만 올해는 유달리 신차 출시가 이어지고 있다.
물론 신차출시는 자동차 업계뿐만 아니라 새 차를 사려는 소비자들에게 반가운 소식이다. 구형보다 한가지라도 좋아진 신차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보다 안전하고 보다 편안하고 보다 효율이 좋은 차 말이다.
하지만 12월에 이어지는 자동차 업계의 신차 출시는 치밀한 계산이 깔려있다. 내년부터 달라지는 국내 법규와 관련이 있다.
먼저, 개별소비세 문제다. 지난 10월부터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시행하는 개별소비세 인하는 비록 자동차 전체 금액에 아주 작은 부분이긴 하지만 차 값이 낮아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다. 연말까지 시행하고 다시 개별소비세가 올라가겠지만 일단 출시 시점에서 상품성은 높아지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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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동차 타이어에 장착하는 TPMS센서 |
따라서 해마다 연식변경 신차를 선보이는 국산차와 달리 한번 출시하면 몇 년간 큰 변화가 없는 수입차는 부랴부랴 신차출시에 나섰다. 혼다가 최근 보름 사이에 무려 4개 차종을 들여왔고 이외에도 어림잡아 10여 종의 수입차가 엄동설한에 신차발표를 했다.
수입차 업체로서는 일단 신차발표를 해 놓으면 TPMS 의무 장착 기간이 2014년 6월까지 유예되기 때문에 그동안 차 값의 인상 요인이 없다. 하지만, 내년 1월 신차를 선보이면 TPMS를 의무 장착해야하기 때문에 가격 발표에서 불리하다.
하지만, 수입차 업계의 이 같은 움직임은 고객의 안전을 등한시한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안전을 위해 의무사양으로 규정한 TPMS를 한시라도 늦게 도입하려는 꼼수다.
미국은 TPMS의 안전효과를 감안해 이미 2007년 9월부터 의무사양으로 규정했다. 유럽도 늦은 감은 있지만 올 11월부터 단계적으로 의무사양으로 규정했다. 전 세계 주요 시장에서 의무적으로 적용하는 추세다.
업계가 안전사양을 두고 꼼수를 부리니 소비자들이 좀 더 꼼꼼하게 비교하고 고를 수밖에 없다. 단순히 미국사양과 같네, 다르네 하는 논란보다는 TPMS는 장착했는지, 에어백은 어떤 종류가 몇 개나 장착됐는지 꼼꼼히 골라야한다. 수입차 업계도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 국내 판매 10%를 넘으며 대중화에 들어섰다고 하지만 안전사양을 빼고 출시하며 마치 가격 경쟁력을 갖춘 듯 소비자를 현혹시킨다면 그 결과는 부메랑으로 돌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이다일 기자 aut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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