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왼쪽부터) 그룹 에이템포의 멤버 신재경, 조하나, 민문기, 김태일/사진=락킨코리아 엔터테인먼트. |
“빠름.빠름.빠름.” 한 CF 속 카피처럼 속도만을 강요하는 요즘, 본래의 빠르기를 찾아가자고 부르짖는 밴드가 나타났다. 일체의 기교와 장식을 버리고 ‘순수의 시대’로 회귀하자는 메시지도 함께 담았다.
어쿠스틱 팝밴드 에이템포(A. Tempo). 김태일(기타·리더) 신재경(베이스) 민문기(드럼) 조하나(보컬)로 구성된 4인조 혼성밴드다.
홍대 인디신을 중심으로 활동해온 뮤지션들이 “뜻 맞는 음악 한 번 해보자”고 모였다. 2008년 펑크 록밴드 타카피에서 기타리스트로 활동해온 김태일과 베이시스트 신재경의 ‘도원결의’로 시작된 밴드는 2010년 뮤지컬 전문밴드의 일원이기도 한 드러머 민문기가 가세해 팀으로서의 윤곽을 띄기 시작했다. 그리고 올 초, 팀의 막내이자 귀여운 보컬리스트 조하나가 투입되면서 본격적인 활동 준비에 들어갔다.
지난달 21일 에이템포의 첫 미니앨범 ‘꿈꾸다’가 발매됐다. 그리고 9일 첫 단독공연도 멋지게 마무리해냈다. 김태일은 이번 앨범에서 기타뿐 아니라 전곡 작사/작곡 능력까지 뽐냈다. 팀의 색깔을 알려주는 듯한 타이틀곡 ‘우유를 마시자’를 비롯해 재기발랄한 사운드의 8곡이 담겨있다.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이들의 모토는 다소 거창해 보이지만, “말이 아닌 음악으로는 가능하다”는 주장에는 왠지 고개가 끄덕여진다. 인공적인 사운드와 기계음을 최소화 한 순수함을 느낄 수 있는 어쿠스틱 팝 장르. 시도부터가 신선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꽉 찬’ 느낌보다는 군데군데 쉼표와 여백이 느껴지는 음악. 그것이 바로 에이템포가 추구하는 음악이다.
다음은 에이템포 멤버들과 나눈 인터뷰 일문일답.
-팀 분위기가 무척 좋아 보인다.
▲ 김태일: 음악적 공감대로 결성된 밴드는 맞지만, 인간적인 유대감이 더 크다. 사람이 먼저고 그 다음이 음악인 것 같다. 멤버들끼리 인간적으로 와 닿지 않으면 그 팀을 유지하기 어렵다. 신재경씨는 밴드를 결성할 때부터 제 곁에서 든든한 울타리 역할을 해줬다. 음반 준비할 당시 민감하고 예민해 있을 때가 많았는데, 그럴 때마다 재경이 형은 제 얘기를 다 받아주고 격려해줬다. 드러머 민문기씨는 멤버들이 갈피를 못 잡을 때 중심축 역할, 조언을 가장 많이 해줬다. 가장 늦게 합류한 보컬 조하나 양은 팀에 무한 긍정 에너지랄까. 팀 내 밝은 분위기를 담당하고 있다.
-‘아름다운 세상을 위해’란 팀의 모토.
▲ 김태일: 세상이 더 순수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그렇게 정했다. 우리가 아무리 떠들어도 세상이 순수해지진 않겠지만.(웃음) 그런데 음악으로는 가능하지 않을까. 왠지 그럴 듯해 보이는 음악은 애초에 만들지 않을 생각이다. 기계음, 후반작업 등 자극적이거나 기교적인 사운드는 생략하거나 최소화하려고 노력했다. 꽉 채워진 느낌보다 어딘가 쉼표가 느껴지는 음악. 우리 나름대로 ‘어쿠스틱 팝’이란 장르명을 붙여봤다. 외국인들이 들으면 아마 포크나 컨트리음악으로 분류하겠지만.
![]() |
그룹 에이템포의 보컬 조하나/사진=락킨코리아 엔터테인먼트. |
▲ 신재경: 아는 지인으로부터 하나 양을 소개받았다. 총 두 사람이었는데, 한 사람은 귀엽고 깜찍하고 다른 한 사람은 외모가 예쁘고 섹시한 분위기라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귀엽고 깜찍한 친구요”라고 답했다. 우리 팀 분위기에 맞을 것 같아서였다. 실제 만나보니 노래를 무척 잘하더라. 밝은 긍정 에너지 또한 맘에 들었다.
-열 살 이상 차이나는 멤버들이 부담스럽지 않았나.
▲ 조하나: 사실, 오디션 볼 때는 제 나이 또래의 밴드에 들어가는 줄 알았다. 오디션 보고 나서는 ‘이분들이 음악 프로듀서구나’하고 착각할 정도였으니까.(웃음) 그런데 지금은 또래 멤버들이 아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선배님들 모두 음악활동을 오래 하셔서 배울 게 참 많다. 첫 인상은 어둡고 무서웠는데, 함께 활동해보니 이젠 나이차 같은 건 별로 못 느낀다.(웃음)
-밝고 통통 튀는 목소리가 매력적이다.
▲ 김태일: 우리가 딱 찾던 목소리였다. ‘앞으로 이런 음악만 할 거야’라고 작정한 적은 없지만, 우리가 원했던 따뜻하고 경쾌한 목소리였다.
조하나: 그런데 난 원래 R&B를 좋아하고 연습했는데…. ‘우유를 마시자’처럼 샤방샤방한 분위기의 노래를 하게 될 거라는 상상은 한 번도 안 해봤다.(웃음)
-팀 이름은 어떻게 지었나.
▲ 신재경: 원래는 ‘아템포’라고 읽는데, ‘A tempo(본디 빠르기로)’란 음악용어에서 출발했다. 팀 이름에 대해 고민하다가, 본래의 템포에 맞춰서 목표를 하나하나 이뤄나가는 밴드가 되자는 의미로 ‘에이템포(A. Tempo)’라고 지었다. 살면서 실수를 하거나 일이 잘 안 풀릴 때가 있다면, 그건 본연의 박자를 잊고 빨라지거나 늦어졌기 때문이 아닐까. 처음의 템포를 유지하면서 잘 살아가자는 의미도 담았다.
-타카피 탈퇴하고 에이템포를 결성한 이유.
▲ 김태일: 올해 초 탈퇴했다. 현재 하고 있는 음악과 앞으로 하고 싶은 음악 사이에서 많이 고민했다. 존경하는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이진원 선배가 2010년 세상을 떠났을 때 참 많이 방황했다. ‘더 이상 늦어지면 안 되겠다. 이제 결단을 내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제 생각만을 투영하기엔 타카피는 대중의 사랑을 받는 이미 커버린 밴드였다. 순수한 사람끼리 모여 좋은 음반 한 번 만들어보자고 생각했다.
-앞으로 어떤 밴드가 되고 싶나.
▲ 신재경: 음악 안에 다양한 메시지를 담을 수 있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 음악을 통해 하고 싶은 얘기가 많은데 아직은 때가 아니란 생각도 든다. 영향력이 없으면 그냥 이슈 한 번 만들고 싶어 하는 밴드로 오인받기 십상이니까. 대중에 어느 정도 영향력과 파급력이 있는 밴드가 되고 싶다.
-앞으로의 계획.
▲ 김태일: 이번 ‘꿈꾸다’ 앨범은 대중에 에이템포의 이름과 색깔을 알리는 데 주목적이 있다. 앞으로 앨범마다 콘셉트를 정확하게 잡아서 발표할 계획인데, 이번에는 주로 밝은 노래들 위주로 수록했다. 지난 4년간 여러분께 들려드리려고 준비해둔 곡들이 아직 많이 있다. 내년 봄이나 여름 전까지 이번 앨범과는 다른, 서정적인 팝을 위주로 한 앨범을 한 장 더 낼 계획이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