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조회자 처벌 등 놓고 양측 이견… 불안한 ‘평화’
피해자, 누리꾼 3명 고소·국가상대 손배소 추진 서울동부지검 전모(30) 검사와 성관계를 가진 여성 피의자 A(43)씨 사진 유출 사건과 관련해 검찰과 경찰이 6일 긴급 수사실무협의회를 열고 ‘선(先) 감찰→후(後) 수사’ 원칙에 합의했다. 전날 검사를 포함해 검찰 직원 24명이 형사사법통합망(KICS)에서 A씨 사진 등을 조회했고, 이들이 경찰 수사선상에 오르면서 소환 여부를 두고 검·경 갈등이 재연될 조짐까지 보였으나 일단은 봉합됐다. 하지만 검찰 직원들이 A씨 정보를 조회한 것 자체의 불법성을 두고 검·경이 다른 해석을 하고 있어 대립 가능성은 여전하다.

대검찰청과 경찰청에 따르면 검찰과 경찰은 이날 수사실무협의를 열고 경찰 수사에 앞서 검찰이 자체 감찰을 우선 진행키로 합의했다. 검찰은 이를 위해 A씨 관련 자료를 조회한 검찰 직원 명단을 경찰로부터 넘겨받기로 했다. 자체 감찰 기간은 1주일로 하고, 필요하면 1주일 연장하기로 했다. 이 기간 동안 경찰은 사진 역추적 방식을 통해 유포자를 색출하는 등 자체 수사를 계속 진행키로 했다.
감찰이 끝나면 검찰은 범법사실이 확인된 검찰 직원 명단 등 감찰 결과를 즉각 경찰에 넘기고 이후 통상적 절차에 따라 수사를 진행키로 했다.
대검 관계자는 “수사를 위해선 컴퓨터 분석이 필수인데 수사기밀이 많아 검찰이 감찰을 선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범법자는 지위 고하를 불문하고 경찰에 출석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수사대상·범위 두고 대립할 듯
양측의 이날 합의로 자칫 검·경 갈등으로 치달을 뻔했던 A씨 사진 유출 사건은 일단 진정 국면으로 들어가게 됐다. 전날까지만 해도 경찰은 A씨 정보를 조회한 검사 10명, 실무관 4명, 수사관 10명을 모두 소환하기로 했지만 검찰 직원들이 불출석 의사를 밝히면서 충돌 직전까지 갔다.
그러나 ‘평화’는 그리 오래 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이 사건 수사 범위와 대상을 두고 검찰과 경찰 입장은 크게 갈리고 있다.
우선 경찰은 A씨 정보를 무단 조회한 것 자체를 불법으로 간주하고 해당자들을 모두 처벌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검찰은 정보 조회 자체를 무조건 불법으로 간주할 수 없으며, 업무 범위를 넘어선 단순 조회는 내부 징계 대상으로 간주하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1주일 또는 보름 뒤 검·경 대립은 이미 예고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A씨 “국가 상대 손해배상 청구”
검찰 직원들이 KICS를 통해 A씨 사진을 무단 조회한 사실이 언론에 알려진 뒤 A씨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A씨 측 정철승 변호사는 “사건과 무관한 공무원들이 피해자 사진을 훔쳐보고 심지어 그 사진을 공공연히 유출시킨 정황까지 드러나 수사기관의 인권불감증이 크게 우려되고 있다”며 “이 사건은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죄인데 현재는 국가기관에 의한 국민의 인권침해 사건이 됐다”고 주장했다. 정 변호사는 “국가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기 위해 국가배상법에 의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정 변호사는 이날 A씨 사진을 포털사이트 블로그에 게시하고 명예훼손성 글을 올린 누리꾼 3명도 경찰에 고소했다.
김준모·박영준 기자 jm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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