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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벽을 걷어낸 미술, 대중과 소통하다

입력 : 2012-12-03 22:06:40 수정 : 2012-12-03 22: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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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쉽게 미술 접할 수 있게 버스 안에 작품 전시… ‘달리는 미술관’ 변신
스마트폰 케이스 등 생활용품에도 예술 접목시키자 브랜드 호감도 높아져
“미술관 자주 가세요?” 이렇게 물으면 열에 아홉은 대답한다. “글쎄요, 미술은 너무 어려워서….”

과거 미술은 우리 삶의 일부였다. 일상에서 느끼는 소소한 즐거움과 아름다움을 표현한 것이 바로 미술이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였을까. 미술은 대중과 경계선을 그으며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작품을 따로 모아 놓은 미술관이나 갤러리가 생겨나면서 그 장벽은 더욱 높아졌다. 하지만 최근 미술이 다시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다. 평소 사람들이 자주 찾는 장소에 작품을 전시하거나 자주 쓰는 물건에 미술을 접목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와 동아운수는 버스 안에서 이순구 화백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버스 안 미술관: 웃다 전(展)’을 열고 있다.
◆움직이는 미술관… ‘버스 안 미술관’


일상에 쫓겨 문화생활을 즐길 여유가 없는 바쁜 현대인들이 미술을 접하기란 쉽지 않다. 심리·거리적 장벽을 극복한 뒤 미술관을 찾아야만 작품을 감상할 수 있기 때문. 최근 열리는 ‘버스 안 미술관’은 바쁜 시민들이 출퇴근길에서도 미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한 프로젝트다.

서울시는 동아운수와 함께 101·151·152번 등 총 9개 노선 시내버스 213대에 이순구 화백의 작품을 전시했다. 작품은 동아운수 시내버스 총 213대 중 우이동에서 서대문역을 오가는 101번 버스 한 대 내외부에 20점, 나머지 버스에 대당 1점이 전시된다. 버스를 타지 않은 시민도 지나다니며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버스의 옆면과 뒷면 등에도 작품을 전시했다.

4월에 열렸던 윤기원의 팝아트 전시에 이어 두 번째로 전시되는 이순구의 작품은 누구나 쉽게 감상하고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작품 속 인물은 모두 가지런한 치아를 드러내며 익살맞게 웃고 있어 보는 이마저 미소 짓게 한다. 이순구 화백은 “예술 하면 떠오르는 무겁고 이해하기 어려운 도상이 아닌 대중에게 친근하고 공감되는 그림을 선보이고 싶었다”며 “동그라미, 점 두개, 곡선 하나로 이뤄진 스마일에서 발상을 얻어 미소보다 환한 웃음을 표현했다”고 말했다.

서울 합정동 메세나폴리스에서는 스테인리스강 동물이 곳곳에 설치된 조영철의 ‘도시를 위한 네발 짐승’ 전이 열린다.
◆환경 속 미술… 공공디자인


공공디자인은 건축물·공원·산책로 등을 합리적으로 꾸미는 데서 나아가 시각적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일을 말한다. 모두 사용하는 공원 벤치나 도보 등을 아름답게 디자인하거나 조형물을 세우는 것이 여기에 해당한다. 최근 도시의 기능뿐만 아니라 외관상 아름다움을 중시하면서 도심 곳곳에 조형물을 설치하는 공공디자인이 주목받고 있다.

서울 합정동에 있는 주상복합건물 메세나폴리스의 ‘퍼블릭 아트 프로젝트’가 대표적인 예. 이 프로젝트를 맡은 조영철 작가는 도시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동물을 스테인리스강으로 완성해 주상복합건물 곳곳에 설치했다. 주거지를 거닐다 조우하게 되는 네발 짐승은 그 육중한 모습이 언뜻 도시에 어울리지 않는 듯 이질감을 준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야생동물과 만난 사람들이 스스로 자연의 일부분임을 깨닫게 하면서 근원을 찾은 듯한 안정감을 준다.

조영철 작가는 “보통 조형물이 한 번 설치되고 끝나버리는 것과 달리 이번 프로젝트는 일정 시간이 흐르면 다른 공간으로 작품을 이동해 설치할 계획”이라며 “사람들은 시간과 공간에 따라 새로운 가치를 지니는 조형물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커피숍 브랜드 엔제리너스는 스페인 출신 작가 에바 알머슨의 이미지를 접목한 아트 마케팅을 진행한다.
◆일상용품으로 들어온 미술


최근 예술을 접목한 상품이 늘면서 일상에서도 손쉽게 예술을 감상할 수 있게 됐다. 이는 높아진 소비자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기업들이 감성 마케팅을 도입하면서 나타나게 된 현상. 기업들이 작가와의 협업으로 제품을 출시하면 소비자는 물건을 쓰면서 자연스럽게 예술을 향유할 수 있게 됐다.

커피숍 브랜드 엔제리너스와 화장품 브랜드 스킨푸드는 스페인 출신 작가 에바 알머슨의 이미지를 상품에 활용했다. 에바 알머슨은 소소한 일상의 평범한 인물들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사랑스럽게 그려내는 작가다. 엔제리너스 관계자는 “에바 알머슨 그림의 평화로운 느낌이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힐링 콘셉트와 시즌 분위기를 연출하기에 적합해 선택했다”며 “주 고객층인 젊은 여성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으며 브랜드 호감도를 높이는 효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카드의 ‘갤러리S’는 신진 작가의 작품 가운데 자신의 원하는 그림을 카드 디자인으로 고를 수 있는 서비스다. 문신기의 카드 이미지 ‘The Promise’.
신한카드는 작가의 작품으로 카드 디자인을 완성하는 ‘갤러리S’ 서비스를 도입했다. 소비자는 신진 작가 5명과 1개 그룹의 작품 70점 중 자신이 원하는 그림으로 카드 디자인을 선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네이버 웹툰에 ‘밍양 다이어리’를 연재하고 있는 김민지를 비롯한 독일 ‘Art Interview’ 주관 국제대회 수상 작가인 문신기 등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 카드에 덧입혀진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작품을 카드 디자인으로 활용해 카드로서도 예술적인 아름다움을 느끼도록 했다”며 “획일적인 카드 디자인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소비자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서비스”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작가 5명의 작품이 들어간 스마트폰 케이스를 출시했다. 델로스의 ‘앨리스와 흰색 토끼’ 케이스 이미지.
현대인의 필수품 스마트폰에도 작가들의 작품이 접목됐다. 삼성전자는 델로스·엄정호·이수동·아트놈·홍삼 등 작가 5명의 작품이 들어간 스마트폰 케이스를 출시했다. ‘앨리스와 흰색 토끼’라는 디자인을 내놓은 델로스는 “원래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마음의 표시로 소지품에 그림을 그려주곤 했다”며 “똑같은 소지품이 그림으로 특별해지듯 이번 컬래버레이션은 항상 가지고 다니는 휴대전화 케이스에 특별함을 선사하는 즐거운 작업이었다”고 말했다.

정아람 기자 arb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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