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전거가 생계 수단이었던 것은 전후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기아자동차의 모태가 된 기아산업이 1950년대 이후 만든 짐자전거는 서민 생활필수품인 쌀 석유 연탄의 주요 운반도구였다.
시대가 바뀌면서 자전거 위상도 달라졌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유명한 자전거 애호가였다. 컴퓨터를 자전거에 빗댄 명언도 남겼다. “컴퓨터 사용은 걸어다니는 인간이 자전거를 타는 것”이라고 했다. 아들에게는 자전거를 유산으로 남겨주었다. 소설가 김훈은 자신의 자전거를 ‘풍륜(風輪)’이라고 부른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등 세계일주 때는 유일무이한 동반자라고 한다.
유명인사들의 자전거도 고가이지만 오래된 자전거도 비싸다. 올 초 라스베이거스 경매에서 최초의 스팀동력 자전거가 5억7600여만원에 나왔다. 1894년에 2대 제작됐다. 한 대는 미국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이 보유하고 있다.
고가 자전거를 탐내는 사람들의 놀이터가 물물교환 사이트 크레이그스리스트(Craigslist)이다. 수년 전 워싱턴 DC에 살고 있던 한 대학생이 이 사이트를 통해 훔친 자전거를 팔려다가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그가 “수집했다”고 주장한 자전거는 학교 운동장을 메울 정도였다.
최근 서울 송파경찰서가 13세 중학생을 불구속입건했다. 편의점 앞에 있던 자전거를 가져간 혐의다. 경찰은 서울과 경기권 중학교 900여곳에 수사협조를 요청했다. CCTV에 찍힌 학생의 교복 소속 학교를 확인하기 위한 절차였다. 자전거 가격이 1400만원이다보니 이런 소동이 벌어졌다. 대구에서는 1200만원짜리 자전거를 몰고 간 40대 남성이 붙잡혔다. 60여년 전 도둑은 생계를, 오늘날 도둑은 사치를 추구한다는 점이 다르다.
한용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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