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휴대전화 세계 정상에 서다
삼성의 휴대전화 역사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애니콜이다. 지금은 추억 속의 제품이지만 1984년 무전기만 한 속칭 ‘흉기폰’ 모토로라 카폰이 등장한 이후 국내 휴대전화 시장은 모토로라가 철옹성을 구축했다. 삼성이 1988년 국내 최초로 자체 개발 휴대전화(SH-100)를 시장에 내놓았지만 벽을 넘기는 쉽지 않았다.
그러나 1993년 이 회장이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며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신경영을 선언한 이후 사정은 달라졌다. 이 회장은 “반드시 1명당 1대의 무선 단말기를 가지는 시대가 온다. 전화기를 중시해야 한다”며 신수종 사업으로 휴대전화를 지목했다.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한 삼성은 1994년 10월 애니콜 브랜드의 첫 제품인 ‘SH-770’을 출시했고 시장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1995년 8월 마침내 애니콜은 세계 휴대전화 시장 1위인 모토로라를 제치고, 51.5%의 점유율로 국내 정상에 올라섰다. 당시 한국은 모토로라가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차지하지 못한 유일한 국가였다.

◆애니콜 신화 계속된다
삼성의 휴대전화 사업은 애플의 아이폰이 나오면서 한때 주춤했다. 불과 3년 전인 2009년만 해도 삼성의 스마트폰 점유율은 고작 3.7%에 불과했다. 시장은 노키아(38.8%)와 애플(14.4%)이 장악하고 있었다.
하지만, 정확한 시장 흐름 예측과 과감한 투자로 삼성은 2010년 글로벌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를 탄생시켰고 7개월 만에 1000만대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2011년 후속작 갤럭시S2도 5개월 만에 1000만대 판매를 돌파하는 성공에 힘입어 삼성은 그해 단숨에 애플(19%)과 노키아(15.8%)를 제치고 스마트폰 시장에 1위에 올랐다.
올해 들어서도 갤럭시S3가 5개월 만에 3000만대 판매를 돌파, 독주체제를 구축하며 빠르게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올 3분기 삼성의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은 33.9%까지 확대돼 2위 애플(16%)을 더블스코어 차이로 압도하고 있다. 또 애플, 소니(5.2%), HTC(4.8%), 노키아(3.8%)를 합친 점유율(29.8%)보다 많다. 전체 휴대전화시장에서도 3분기 1억300만대를 팔아 시장점유율 27.2%로 휴대전화 왕국 노키아(21.9%)마저 무너뜨렸다.
스마트폰 사업은 이건희 회장의 경영철학인 ‘인간중시’와 ‘기술중시’가 잘 드러나는 성공사례로 분석된다. 이 회장은 2011년 7월 선진제품 비교 전시회에서 5년, 10년 후를 위해 당장 소프트웨어, 디자인, 서비스 등 소프트기술과 S급 인재, 특허를 확보할 것을 주문했다. 특히 “경쟁사보다 앞선 제품을 만들 자신이 없으면 아예 시작도 하지 말아야 한다”며 혁신제품을 주문했고 이는 갤럭시S 시리즈와 신개념 스마트폰 갤럭시 노트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최근 미국의 경제 주간지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 인터넷판은 삼성의 성공 배경을 ▲정확한 시장 흐름 예측 ▲신속 개발·대량 생산 ▲막대한 마케팅 자금력 ▲이동통신업체와 원활한 협조관계 등으로 분석했다.
![]() |
삼성전자의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3가 출시 5개월 만에 3000만대 판매를 돌파한 지난 4일 삼성전자 직원들이 3000만대를 뜻하는 숫자판으로 퍼포먼스를 연출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