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신 상하이방(上海幇·상하이 관료 출신)과 태자당(太子堂·혁명 원로 자제 그룹) 세력이 약진했다.
상하이방과 태자당 등 보수파 세력이 절대 우위를 차지하고, 공청단으로 대표되는 개혁파 세력이 크게 위축된 것이다.
중화권 언론은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7명 가운데 순혈 공청단파는 리커창(李克强) 한 명뿐이라는 점에서 이번 결과는 상하이방과 태자당 연합세력의 완승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큰 틀에서 시진핑(習近平)과 위정성(兪正聲), 왕치산(王岐山)은 태자당, 장더장(張德江)과 장가오리(張高麗), 류윈산(劉雲山)은 상하이방으로 각각 분류된다.
류윈산은 공청단 경력을 가지고 있지만 성향상으로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이 이끄는 상하이방과 더 가깝다.
이런 까닭에 "후진타오가 패배하고 장쩌민이 이겼다"는 관전평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올들어 제5세대 지도부 물밑 조율 논의가 시작될 때까지만 해도 일방적인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측한 전문가는 드물었다.
태자당·상하이방 연대 세력과 공청단 간에 비슷한 수의 상무위원 자리 분배가 예상된 가운데 어느 계파가 한 석 정도의 우위를 점하느냐가 관심사였다.
특히 올해 초 중국 정치권을 뒤흔든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 당서기 사건이 터지면서 차기 권력경쟁에서 공청단이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국무원 부총리 등을 역임한 보이보(薄一波)의 아들인 보시라이는 태자당 소속으로 유력한 상무위원 후보였다.
개혁 성향이 강한 리위안차오(李源潮)와 왕양(汪洋)이 막판 상무위원 인선에서 탈락한 것은 공청단 입장에선 뼈아픈 부분이다.
보수파의 득세를 계기로 개혁보다는 기득권층의 이해를 대변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1989년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운동 당시 민주화 세력의 핵심 요구 사항 중 하나가 '태자당의 비리척결'이었을 정도로 중국 내에선 소수 권력집단인 태자당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하다.
상무위원회를 떠받치는 핵심 권력 그룹인 중앙정치국 위원들은 상무위원단보다는 상대적으로 계파 색채가 약한 것이 특징이다.
나이를 기준으로 본다면 50대 이하 정치국 위원들은 상당수가 중국 공산당의 청년 조직인 공청단에 몸담은 경험이 있다.
'리틀 후진타오'라는 별명을 가진 후춘화(胡春華)와 10년 상하이 시장 경력의 한정(韓正), 왕양 등이 대표적이다.
베이징(北京)의 한 정치 분석가는 "젊고 개혁적인 인사들의 최고 지도부 진입이 좌절되면서 중국이 당분간 보수 색채가 짙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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