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나름 인터넷을 배우려고 열심이었으며, 포털사이트에 회원 가입도 했는데 연세가 있어서 그런지 적응하기 힘든 모양이었다. 그런데 보험료를 경감 받으려면 해당 보험사 사이트에 들어가 접수 절차를 밟거나 이메일로 보내야만 했다. 우편이나 방문 접수도 가능할 텐데 왜 굳이 인터넷 접수만 할까.
물론 인터넷이 보편화됐고 편리를 도모하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인터넷을 모르거나 접속에 어려움을 겪는 노인을 생각하면 인터넷 접수만을 고집하는 건 부당한 일이라 생각된다. 인터넷을 이용할 줄 모르는 가입자가 보험료를 경감 받을 수 없다면 그것이야말로 차별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 보험사뿐만 아니라 상당수 기관이 인터넷만을 연결통로로 열어두고 있다. 진정한 민주주의는 소수에 대한 존중이며 배려이다. 특히 노인 대다수가 인터넷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볼 때 이는 소통을 도모하는 것이 아니라 넘을 수 없는 벽으로 가로막은 것과 다를 바 없다.
온라인보다 더 친밀하고 광범위한 오프라인이 있지 않은가. 인터넷 중독이 중대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인터넷은 세상의 전부가 아니다. 인터넷은 세상의 일부일 뿐이다. 우리의 삶이 온라인에만 의존한다면 얼마나 삭막한 세상이 될 것인가. 우리는 인터넷으로 편리를 도모하면서도 열린 세상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손을 내밀어야 할 것이다.
최일걸·전북 전주시 서노송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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