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안활동 강화로 줄어” 부풀려
전문가 “살인 감소 상관 없어”

경찰청은 31일 ‘폭력범 집중단속하자 살인·강도 줄어’란 자료를 통해 지난 6월20일부터 이날까지 펼친 ‘5대폭력 척결’ 성과를 발표했다.
조직·주취·갈취·학교·성폭력 5대 폭력범죄를 집중단속해 총 2만2509명을 검거했고, 이 중 3107명을 구속했다는 것이다. 경찰은 “특히 살인·강도 등 강력범죄가 현저히 줄었다”고 강조했다. 이 기간 살인은 371건, 강도는 882건 발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16.3%, 37.9% 감소한 수치다. 경찰은 “놀랄 만한 성과”란 자평도 곁들였다. 앞서 김용판 서울경찰청장은 일부 언론을 통해 “지난 6개월간 주폭 508명을 잡았더니 서울의 살인·강간 등 강력범죄가 줄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 발표는 통계를 편의대로 해석, 이용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 경찰 통계상 범죄는 이들 ‘이벤트’와 상관 없이 이미 감소세로 돌아섰다.
실제로 5대폭력 집중단속이 시작되기 전인 지난 5월 말을 기준으로 5대범죄(폭력·절도·강간·강도·살인)는 작년 동기대비 평균 10.4% 감소했다. 강도(-36.6%)·살인(-22.0%)·절도(-19.6%)·강간(-13.2%)이 모두 줄었고 폭력만 0.28% 늘었다.
범죄 감소는 특히 전국적인 현상인데도 서울청은 주폭 단속을 통해 서울이 유독 안전해진 것처럼 홍보한 것이다. 이 기간 서울의 5대범죄 감소율은 7.3%였다. 이는 전국 16개 지방청 평균 감소율(10.4%)에도 미치지 못하는 성적이다.
통계 변화는 단기간의 정책이나 활동 결과만으로 설명하기 힘들다. 사회 분위기와 범죄 대책, 치안 활동·인프라, 경제 상황 등 수많은 변수가 따르기 때문이다.
탁종연 한남대 교수(경찰행정학)는 “강도는 몰라도 살인이 감소한 것은 경찰 활동과 별 관계가 없다”면서 “강도가 줄어든 것도 학교폭력 대책이 끼친 영향이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황의갑 경기대 교수(경찰행정학)는 “실적 부풀리기는 기관장들이 단명하는 인사시스템 속에서 반복되는 우리나라 행정의 단면”이라고 지적했다.
조현일 기자 conan@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