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안보강국의 길을 묻다] (38)구멍난 철책 대체할 ‘과학화 시스템’ 도입 어디까지

관련이슈 안보강국의 길을 묻다

입력 : 2012-10-24 09:52:34 수정 : 2012-10-24 09:52:34

인쇄 메일 url 공유 - +

시험평가서 경보·장비 치명적 결함… 업체 선정 '난맥상'

지난 2일 동부전선 최전방 철책이 뚫려 북한 병사가 GOP(전방소초)부대 생활관 문을 두드리며 귀순하는 일이 발생했다. 경계 실패에 대한 지적이 쏟아지자 국방부는 과학화 감시장비를 계획보다 앞당겨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상은 녹록지 않다. 이미 전투용 부적합 판정을 받은 시스템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고쳐 인수했던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구멍난 최전방 경계를 대체하기 위한 과학화 감시장비의 실태와 문제점을 짚어본다.

◆구멍 뚫린 철책… 완성되지 않은 GOP 과학화경계시스템

국방부는 2005년부터 2015년까지 예산 1732억원을 들여 최전방 13개 사단급 부에 주·야간으로 이상징후를 감시할 수 있는 폐쇄회로(CC)TV와 철책의 절단이나 침투를 감지하는 장비, 이를 통합해 관리하는 상황실을 도입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 8월 삼성 에스원 컨소시엄과 SK C&C 컨소시엄이 강원 인제 육군 12사단에서 봄, 여름, 겨울 등 계절별로 시험평가를 마쳤다. 23일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육군 시험평가단 결과를 토대로 최종 합격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며 “이번 주 내로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방부가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민주통합당 진성준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육군 시험평가단이 12사단에서 평가한 결과는 군의 요구성능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클릭하면 큰 그림을 볼 수 있습니다


지난해 12월5일부터 육군 시험평가단이 2개 업체의 장비를 각각 야전에 설치해 운용한 결과 SK C&C 제품은 경보발생 시 다수 지점이 표시되는 문제와 철책 절단 시 경보 지연 발령, 감시시스템 형상을 임의로 변경해 전 구간에서 오경보와 절단현상이 발생하는 등 모두 7건의 오작동 및 고장이 발생했다. 방사청은 “SK측이 지난 4월5일부터 7월11일까지 감지시스템에 납추를 임의로 설치해 전 구간에서 절단현상과 오경보가 238회나 발생했다”며 “형상변경 내용을 원상복구토록 업체에 요청했으나 응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이에 SK C&C 측은 “방사청이 일방적으로 시험평가 종료를 통보한 이후 발생한 문제라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면서 “형상 변경이 아닌 정상적 절차에 따라 진행된 정비로, 서울중앙지법에 입찰절차 중지 가처분 신청을 낸 상태”라고 밝혔다.

삼성 에스원 제품도 중거리 카메라의 일부 기능이 작동되지 않거나 일부 소프트웨어에서 제어가 되지 않는 문제 등 모두 6건의 오작동 및 고장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에스원 측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자로 최종 선정되기 위해서는 방사청이 요구하는 핵심 필수조건을 모두 충족하고, 기술능력 평가 점수가 85%대를 넘어야 한다. 또 선택조건의 충족항목 비율도 70%를 넘는 업체 가운데 이를 합산해 최종 선정한다. 정부예산을 초과하거나 전투용 부적합 판정을 받으면 이 사업은 또다시 표류하게 된다.

국방부가 2006년부터 2015년까지 1732억원을 들여 과학화경계시스템을 보강하는 사업을 진행 중인 가운데 국군 장병들이 휴전선 철책을 지키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병력 감축과 맞물려 최전방 경계대책 마련 시급

국방부가 발표한 국방개혁 기본계획에 따르면 2022년까지 현재 63만명 수준의 병력을 52만명까지 감축할 계획이다. 현재 50만명 수준인 육군은 11만4000명이 줄어들어 인력에 의한 전방 경계는 한층 더 열악해진다. 지켜야 할 휴전선은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이를 대체하기 위해 과학화 장비의 도입이 불가피하지만 매번 군의 요구성능(ROC)을 따라주지 못하다 보니 지휘관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군 관계자는 “최전방의 기후조건이 가혹하다”며 “여름에는 폭우가 내리고, 겨울에는 영하 20도 이하로 내려가는 추위를 감시장비가 버텨야 하는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여름과 겨울 기온 편차가 무려 50∼60도에 달하다 보니 업체 역시 장비 개발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애초 군이 너무 높은 조건을 요구해 업체가 이를 달성하기가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앞으로 병력이 계속 줄어드는 상황에서 과학화 장비를 도입하지 않을 수는 없다”며 “과거보다는 성능이 월등히 높아진 것으로 안다. 군의 요구성능과 업체 가격을 조금 낮추는 타협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동안 군 당국이 사업을 추진하면서 내용을 철저히 숨긴 것도 문제다. 자연 투명하지 못한 사업추진이란 비판이 뒤따랐다. 과거 GOP 경계 과학화시스템 사업에 참가했던 한 관계자는 “군 당국이 내용 공개를 거부한 것은 개발된 감시시스템의 수준이 낮아 도저히 경계를 맡기기 어려웠기 때문”이라면서 “이를 언론에 공개했다면 아마도 반대여론에 부딪혀 사업이 중단됐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이런 점 등을 고려, 군 당국이 GOP 과학화경계시스템 도입의 현실적인 기준을 찾아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비용 대비 효과와 기술 수준을 고려해 철책 경비에 사각지대가 많고 병사들의 접근이 어려운 곳을 면밀히 조사해 탄력적으로 설치해야 한다는 얘기다.

전직 국방장관 출신인 한 인사는 “동서로 155마일에 달하는 휴전선 전 지역에 과학화경계시스템을 모조리 깔 수는 없다”며 “유지보수 비용을 포함해 막대한 재원을 철책선에만 쏟아붓는 것이고 우리나라의 운용 여건에서 성공한다고 장담할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철책 경비에 어떤 선택과 집중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차주영 '완벽한 비율'
  • 차주영 '완벽한 비율'
  • 샤오팅 '완벽한 미모'
  • 이성경 '심쿵'
  • 전지현 '매력적인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