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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희빈’ ‘위험한 관계’… 같은 인물 다른 느낌 ‘부활’

입력 : 2012-10-15 18:15:40 수정 : 2012-10-15 18: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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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희빈
드라마 ‘장옥정’ 통해 다시 안방으로
김지미서 김태희까지 스타 통과의례
위험한 관계
佛 소설 원작… 국경 넘나들며 영화로
이번엔 장동건이 상하이 배경 유혹
미녀 배우 김태희가 ‘9대 장희빈’으로 낙점돼 대중 앞에 나선다. 지난 50년간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통해 왕을 유혹한 아름다움과 요부의 표독스러움을 발산해온 장희빈은 ‘1960년대 은막의 전설’ 김지미, ‘여배우 트로이카’ 남정임, ‘섹시 여배우’ 이미숙, 김혜수 등 당대 미녀 스타들이 통과의례처럼 맡았던 캐릭터다.

‘한국 대표 미남’ 장동건은 영화 ‘위험한 관계’를 통해 국경 안팎으로 동일 캐릭터 대결을 펼친다. 프랑스를 배경으로 한 ‘위험한 관계’의 존 말코비치, 미국 상류사회로 자리를 옮긴 ‘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의 라이언 필립, 조선시대를 사로잡은 ‘스캔들: 조선남녀상열지사’의 배용준에 이어 장동건은 1930년대 중국 상하이를 유혹한다.

이처럼 시대를 거듭해 대중의 사랑 받는 캐릭터가 있다. 소설, 역사 등 원작 속 ‘같은 인물’은 ‘다른 배우’가 연기함에 따라 또 다른 느낌으로 부활하며 죽지 않는 생명력을 얻는다.

‘9대 장희빈’이 될 김태희는 드라마 ‘마이 프린세스’에서 궁중 예복 자태를 먼저 선보였다.
커튼콜제작단 제공
◆김지미에서 김태희까지, 미녀배우의 전유물 ‘장희빈’


‘장희빈’과 대중의 첫 만남은 스크린에서 시작됐다. 영화 ‘장희빈’(1961년)의 타이틀 롤 헤로인은 1960년대 충무로를 사로잡았던 김지미였다. 이어 1968년 임권택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요화 장희빈’에서는 1세대 여배우 트로이카였던 남정임이 세련된 악녀를 선보였다.

장희빈은 1970년대에 들어 안방극장으로 무대를 옮겼다. TV 속 1대 장희빈이 된 윤여정은 1971년 MBC 드라마 ‘장희빈’에서 사약을 마시는 장면을 열연하며 ‘장희빈의 하이라이트는 사약 신’이라는 공식을 만들었다. 이후 1981년 MBC 드라마 ‘여인열전-장희빈’의 이미숙은 요부의 대명사로서 장희빈을 완성했고, 1988년 MBC 드라마 ‘조선왕조 500년-인현왕후’ 속 장희빈이었던 전인화는 표독한 악녀에 궁중 여인의 우아함을 더했다.

평생 연기하고 싶었던 캐릭터의 한을 푼 ‘7대 장희빈’ 김혜수.
KBS 제공
1990년대 드라마 속 장희빈은 배우 정선경이 담당했다. 1995년 SBS 드라마 ‘장희빈’의 정선경은 ‘역대 최고의 장희빈’으로 선정되는 등 캐릭터의 힘을 과시했다. 21세기의 첫 장희빈으로서 바통을 이어받은 김혜수는 2002년 KBS 드라마 ‘장희빈’로 연기상을 수상하는 기쁨까지 누렸다. 시청자들과 마지막으로 만난 8대 장희빈은 MBC 드라마 ‘동이’의 김소연이 소화하며 외유내강형 악녀를 선보였다.

이어 내년 상반기, 다시 안방극장으로 돌아오는 9대 장희빈은 바로 김태희다. SBS 새 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가제)는 조선시대 패션디자이너인 침방 나인 장옥정에서 숙종의 사랑을 받아 희빈의 자리에 올라 한때 중전의 자리까지 올랐던 장희빈의 색다른 모습을 김태희를 통해 선보일 예정이다.

존 말코비치, 글렌 클로즈, 미셸 파이퍼 등이 호흡을 맞춘 1988년 작 ‘위험한 관계’.
영화 스틸이미지
◆프랑스에서 상하이까지, 국경 없는 ‘위험한 관계’


장희빈이 50년간 한국의 사랑을 받은 캐릭터라면 18세기 프랑스 작가 쇼데를로 드 라클로의 소설 ‘위험한 관계’ 캐릭터들은 국경을 넘나들며 관심을 받았다. 퇴폐적인 상류사회를 차가운 눈으로 관찰한 ‘위험한 관계’는 정숙한 여인의 몸을 두고 게임을 벌이는 바람둥이와 사교계의 여왕 등을 둘러싼 연애 소동을 그리며 당대의 ‘연애 교과서’로 불린 작품이다.

원작 소설을 가장 충실하게 스크린으로 옮긴 1988년 작 ‘위험한 관계’는 로코코 시대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카사노바 발몽 역의 존 말코비치, 사교계의 여왕인 메르퇴이유 부인 역의 글렌 클로즈, 정숙녀 투르베 부인 역의 미셸 파이퍼, 철없는 소녀 세실 역의 우마 서먼, 세실을 사랑하는 청년 당스니 역의 키애누 리브스 등 유명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다.

이어 ‘위험한 관계’는 미국 뉴욕의 상류사회로 시대와 장소를 옮긴 영화 ‘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1999)으로 관객들과 만났다. 사립고등학교를 배경으로 발칙한 10대들의 하이틴 로맨스로 묘사된 ‘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은 극중에서 유혹하고 유혹당하는 캐릭터로 호흡을 맞춘 라이언 필립과 리즈 위더스푼을 실제 커플로 만드는 등 화제를 낳았다.

한국으로 찾아온 ‘위험한 관계’는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로 파격적 변신을 감행했다. 특히 배용준은 여인을 탐닉하는 바람둥이 조원으로 분해 기존의 신사 이미지를 깨뜨렸다. 팜므파탈 조씨 부인 역의 이미숙, 정절녀 숙부인 역의 전도연 등은 과감한 노출 연기를 펼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위험한 관계’ 속 카사노바의 계보를 잇는 장동건.
영화 스틸이미지.
또 한 번 한국 감독의 손에 탄생한 ‘위험한 관계’는 1930년대 ‘동양의 파리’로 불린 중국 상하이로 무대를 옮겼다. 메가폰을 잡은 허진호 감독은 존 말코비치, 콜린 퍼스, 라이언 필립, 배용준 등 톱 배우들이 선보여온 카사노바 캐릭터를 배우 장동건에게 맡겼다. 장쯔이, 장바이즈 등 중국 여배우들을 기용해 동서양의 문화가 혼재한 상하이의 로맨스를 완성했다.

같은 원작을 공유한 작품 안에서 똑같은 캐릭터를 새롭게 선보이는 일은 배우는 물론 제작진에게도 작지 않은 부담을 준다. 미셸 파이퍼, 리즈 위더스푼, 전도연 등에 이어 영화 ‘위험한 관계’의 정숙녀로 열연을 펼친 장쯔이는 “‘위험한 관계’는 정말 위험할 수 있는 작업임에도 허진호 감독은 대단한 용기를 냈다”며 감탄했다.

박민경 세계닷컴 기자 minkyu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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