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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호기 곳곳 구멍… 원자로 내부상태 아직 ‘캄캄’

입력 : 2012-10-14 22:49:32 수정 : 2012-10-14 22:4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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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나미 할퀸 日후쿠시마 원전 한국언론에 첫 공개
대지진과 쓰나미에 폐허로 변한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는 힘겨운 싸움이 이어지고 있었다. 사고가 난 지 1년7개월. 그러나 방사능물질 및 오염수는 여전하기만 하다. 높은 방사선량에 제염 근로자들이 아직 접근조차 못하는 곳이 있고, 원자로 내부도 상태가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

12일 오전 9시50분. 후쿠시마현 오쿠마마치(大熊町)에 있는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약 220㎞ 떨어진 후쿠시마 J빌리지에 모인 주일 한국특파원 공동취재단은 방진복과 3겹의 장갑, 2겹의 신발 커버, 머리 두건과 마스크를 착용한 뒤 버스 2대에 나눠 타고 사고 원전으로 출발했다.

버스가 원전 정문에 도착한 것은 오전 10시21분. 사고 수습본부가 있는 면진(免震)중요동(重要棟) 부근에 들어서자 시간당 7.5마이크로시버트(μ㏜)이던 방사선량은 17∼73.2μ㏜로 높아졌다. 

12일 건물 벽 군데군데 구멍이 뚫려 있는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4호기에 건물 위쪽의 사용후연료 저장조에 보관된 연료봉을 회수하기 위한 준비 공사가 이어지고 있다.
후쿠시마 제1원전=공동취재단
버스가 바다 쪽으로 향하자 원자로 1∼4호기가 잇달아 모습을 드러냈다. 원자로가 있는 곳은 해발 10m. 지난해 이곳에는 15m 높이의 쓰나미가 덮쳤다. 1호기는 지붕에 초대형 커버(천막)를 뒤집어씌워 겉보기에는 멀쩡했지만 출입구 펜스는 심하게 뒤틀려 있었다. 방사선량 수치는 시간당 100μ㏜로 올라갔다. 1, 2호기 사이에 ‘접근 금지’ 표지판이 눈에 띄었다.

도쿄전력 측은 “지난해 8∼9월 10시버트(㏜·1000만μ㏜)가 측정된 곳”이라며 “그후 접근한 적이 없어 현재 수치는 알 수 없다”고 했다. 10㏜이면 잠시 노출돼도 생명이 치명적인 위험한 수준이다.

버스 내부의 방사선량도 올라가 3호기 주변에서 시간당 300μ㏜을 가리킨 측정기는 4호기에 접근할 때쯤 1000μ㏜를 기록했다. 도쿄의 2만배 수준이다.

3, 4호기 주변에도 쓰나미가 할퀸 흔적이 남아 있었다. 언덕 허리의 일부분이 쓸려 있었고, 쓰나미에 떠밀려온 트럭과 승용차도 시뻘건 녹을 뒤집어쓴 채 처박혀 있었다. “왜 치우지 않느냐”고 묻자 도쿄전력 직원은 방사선 측정기를 보여줬다. 버스 속이었지만 1시간당 1000μ㏜였다.

취재진은 시간당 방사선량이 95∼200μ㏜쯤 되는 4호기 부근에서 하차했다. 4호기 건물 상부는 폭탄에 맞은 듯 군데군데 구멍이 뚫려 있었고 철골도 엿가락처럼 휘어져 드러나 있었다. 현장은 내년 말부터 건물 위쪽 사용후연료 저장조에 보관된 연료봉을 회수하기 위한 준비공사가 한창이었다.

버스를 타고 언덕 위쪽으로 이동한 공동취재단은 평지에 건설 중인 물 정화장치 주변에서 다시 내렸다. 오염수 처리를 위한 ‘다핵종(多核鍾) 제거’ 정수시설 공사의 마무리작업이 한창이었다. 세슘을 제거한 오염수에서 방사성물질을 다시 한번 걸러낸 뒤 바다에 방출하기 위한 장치다. 조만간 시운전을 할 예정이지만 주변 어민들의 반대가 고민이다.

발전소 인근 ‘유령 마을’ 2011년 일본에 대재앙을 초래한 지진과 쓰나미가 발생한 지 18개월이 흐른 12일 후쿠시마 제1원전 주변의 모습. 무너진 건물은 방치되고 인적도 없는 유령 마을로 변했다. 후쿠시마 제1원전=공동취재단
면진중요동으로 돌아와 방진복과 마스크, 장갑 등을 벗었다. 벽에는 각종 격려편지와 종이학이 붙어 있었다. 도쿄전력 직원은 “힘들 때마다 국내외에서 온 격려편지를 읽으며 힘을 낸다. 갈 길이 머니 그렇게라도 힘을 낼 수밖에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도쿄전력의 악전고투에서 제염작업은 아직 갈 길은 멀어 보였다. 많은 인력을 투입해 빨리 제염작업을 끝내면 좋겠지만 시간당 1000μ㏜를 오르내리는 높은 방사선량 때문이다. 더구나 아직 원자로 내부도 모두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 3호기는 압력용기는커녕 그 주변을 둘러싼 격납용기 안쪽 상태도 파악하지 못했다.

다카하시 다카시(高橋毅) 소장은 “외부에서 보기에는 ‘사고수습이 늦다’고 할지 모르지만 방사능 선량이 높은 곳이 많아 근로자들의 안전 확보를 우선해 신중하게 작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2시간30분간의 취재를 마치고 원전 밖으로 나간 것은 오후 1시51분. 버스를 타고 J빌리지로 돌아와서 확인한 공동취재단의 누적 피폭량은 52∼58μ㏜였다. 전신 스캐너(홀보디 카운터) 검사 결과는 모두 ‘정상’이었다.

후쿠시마 제1원전=김용출 특파원·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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