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웅산국립묘지는 1983년 테러사건이 발생하면서 세상에 널리 알려졌다. 그해 10월9일 북한은 전두환 대통령의 이곳 방문을 노리고 폭탄 테러를 자행했다. 서석준 부총리와 이범석 외무장관 등 수행단 17명이 목숨을 잃었다. 아웅산 테러는 이후 미국이 북한을 테러국가로 지정한 결정적인 근거가 됐다. 희생자들은 국립서울현충원에 안치됐다. 파주 임진각 관광단지에는 이들의 영령을 추모하는 버마아웅산순국외교사절위령탑이 들어서 있다.
정부가 아웅산국립묘지에 테러 희생자 추모비를 건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김성환 외교통상부장관은 그제 테인 세인 미얀마 대통령과 함께 방한한 운나 마웅 린 외교장관에게 추모비 건립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미얀마 측은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추모비 건립 추진은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5월 미얀마 방문 시 아웅산국립묘지를 찾은 것이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테러 당시 흔적이나 희생자들을 기릴 만한 표식이 없어 공터에 조화를 놓고 묵념해야 했다. 우리 정부의 거듭된 추모비 건립 요청에 미얀마 당국은 국립묘지임을 들어 난색을 보이다가 이번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인 것이다. 이는 미얀마의 개혁·개방 정책과도 무관치 않다.
내년은 북한 공작조에 의한 아웅산 테러 30주년이 되는 해다. 추모비가 건립되면 한국과 미얀마 관계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기념비가 되는 셈이다. 북한은 미얀마의 민주화 조치 등이 추모비 건립 허가와 한·미얀마 관계 개선의 계기가 되고 있다는 것에 유념할 일이다. 테러로 무고한 인명을 살상한 것에 대해 진심 어린 사과부터 해야 할 것이다.
안경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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