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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인터뷰] 장동건 “아내 고소영, ‘위험한 관계’ 수위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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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2-10-06 18:19:27 수정 : 2012-10-06 18: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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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장동건은 영화 ‘위험한 관계’에 대해 “내 욕망과 작품이 정확하게 일치한 드문 영화”라고 묘사했다. 1930년대 ‘동양의 파리’로 불린 중국 상하이를 배경으로 바람둥이 귀공자로 분한 장동건은 불혹의 나이가 무색한 마력으로 중국 미녀들을 매료시키고, 히로인인 장쯔이와 장바이즈(장백지)보다 더 화려한 패션으로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위험한 관계’의 국내 개봉을 앞둔 장동건은 “옴므파탈 셰이판에 대리 만족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럴 수도 있다”며 크게 웃었다.

‘위험한 관계’의 원작인 18세기 프랑스 작가 쇼데를로 드 라클로의 동명 소설을 읽었나.

소설은 읽지는 않았다. 그러나 서로 다른 버전으로 제작된 영화들은 봤다. 배우 라이언 필립이 주연한 할리우드판 ‘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은 오래전에 봤고, 배용준이 주연한 ‘스캔들: 조선남녀상열지사’는 개봉 당시 영화관에서 관람했다. 존 말코비치가 주연한 ‘위험한 관계’는 촬영 전에 볼까 말까 망설였는데 선입관이 생길 것 같아서 보지 않고 있다가 셰이판의 캐릭터를 잡은 후에 봤다.

존 말코비치의 비콩트 세바스티엔 발몽, 라이언 필립의 세바스찬 발몽, 배용준의 조원, 장동건의 셰이판까지 멋진 배우들이 ‘위험한 관계’의 남자 주인공을 맡아왔다.

맞다. 당대의 명배우들이 캐릭터를 만들어왔다는 사실은 내게 큰 부담이었다. 고(故) 장국영이 이 역할을 연기하고 싶어했다고 하더라. 중국에서 진행된 ‘위험한 관계’ 제작발표회에서도 언급했지만 내가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셰이판의 원형인 발몽의 캐릭터는 작품마다 다르게 그려졌다. 이들을 한 자리에 모은다면 누가 가장 매력적일 것 같은가.

원래 시나리오 속 셰이판은 어두운 마성을 가진 남자였다. 그런데 허진호 감독이 유머와 유쾌함을 부탁했다. 사실 셰이판의 잔인함과 비열함을 더 보여줄 수도 있었지만 허진호 감독은 이 영화가 멜로이기를 바랐다. 그러려면 관객들이 셰이판을 용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셰이판이 마음에 들고 다른 영화 속 주인공들에 비해 더 매력이 있는 것 같다.(웃음)

사실 셰이판은 장동건의 기존 이미지와는 상당히 다르다.

어릴 때부터 배우 생활을 하다 보니 참는 것이 습관화됐고 감정을 겉으로 표현하는 일이 별로 없었다. 하지만 인간의 본성이란 것은 내 안에 모두 잠재돼 있다. 셰이판 같은 캐릭터를 만나면 평소의 내가 아닌 다른 면을 내 안에서 끄집어내는 것이다.

또 다른 내면인 세이판을 통해 장동건이 대리만족을 한 것인가.

그럴 수도 있다.(웃음)


아내 고소영이 ‘위험한 관계’에 대해, 모든 여성을 유혹하는 장동건의 캐릭터에 대해 뭐라고 하던가.

고소영이 아직 완성된 영화를 못 봤다.(웃음) 사실 내가 결혼 후 선택한 첫 작품이 바로 ‘위험한 관계’다. 워낙 유명한 작품이라 어떤 내용인지 (고소영이) 알고 있었고 시나리오도 봤다. ‘총각 때는 그런 역할을 일부러 피하더니 결혼하고 나서 하나, 꼭 해야겠나’라고 하더라.(웃음) 결국 허진호 감독의 작품임을 강조하면서 수위에 대해 안심을 시켰다.

하지만 ‘위험한 관계’는 한국에서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받았다.

예상 못 했던 일이었다. 사실 중국 관객들이 수위에 더 민감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중국에서는 ‘청소년 관람불가’까지는 가지 않았다. 아이러니한 부분이 있지만 ‘위험한 관계’는 장면의 수위보다 정서의 에로틱함이 있어서 그랬던 것 같다. 결국 한 여인의 몸을 갖고 게임을 벌이는 이야기 아닌가.

극중 셰이판의 패션에도 감탄했다. 장쯔이의 단아한 치파오와 장바이즈의 화려한 드레스보다 더 눈길을 끌었다.

셰이판은 재력을 갖춘 귀공자라 외적으로 꾸미는데 거리낌이 없는 남자다. 시대적 고증에 따라 중국의 의상팀이 혼신의 힘을 다했다. 놀라운 것은 그 당시의 패션이 현재 유행하고 있는 복고 패션과 거의 다르지 않다는 것이었다.

장동건은 패셔니스타 아닌가. 장동건의 의견이 반영된 의상도 있었나.

셰이판이 뚜펀위(장백지 분)를 유혹하기 위해 그녀가 묶고 있는 별장으로 가는 장면에서 선보인 선글라스와 가죽 재킷은 내 아이디어였다. 당시에도 선글라스와 가죽 재킷이 있었다고 하더라. 그래서 당시 스타일을 반영한 아이템을 이용하게 됐다. 내 의견이 캐릭터에 반영되고, 또 외적으로 보여주기까지 하니 무척 재밌었다.

‘위험한 관계’를 통해 장동건은 연기 스펙트럼을 확실히 넓힌 것 같다.

젊었을 때는 하고 싶은 것보다 해야 하는 것을 선택했다. 하지만 이젠 나를 편하게 내려놓을 수 있게 됐고 새로운 도전에 대한 두려움도 많이 줄었다. 아무래도 아내와 아이의 영향이 큰 것 같다.

오는 11일 ‘위험한 관계’의 개봉 이후에는 잠시 휴식을 갖나.

충전의 시간을 가질 계획이다. 아직 가족 여행을 한 번도 못 갔다. 드라마 ‘신사의 품격’을 마쳤지만 ‘위험한 관계’의 홍보 때문에 계속 바빴다. 일정을 마무리하면 11월쯤 여행을 갈 수 있을 텐데 아이를 데려가야 하니 가까운 곳을 찾아야할 것 같다.

박민경 기자 minkyung@segye.com
사진=시네드에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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