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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위선을 툭툭 뱉어내는 대사, 아프다

입력 : 2012-10-04 18:02:22 수정 : 2012-10-04 18: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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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 성매매 여대생들의 얘기 ‘엘르’ 11일 개봉하는 영화 ‘엘르’는 여러모로 독특한 작품이다. 감독·작가가 모두 여성이고 극을 이끄는 세 명의 배우 역시 여성들이다. 다섯 명의 여성이 모여서 다루는 주제는 성매매. 학비와 방값을 내기 위해 성매매에 나선 프랑스 여대생들 이야기다. 이들의 눈으로 본 성매매는 한 단어로 규정하기 힘들다. 영화는 구구절절 설교하지 않는다. 카메라의 시선과 인물들의 감정만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달한다. 해석은 관객의 몫이다.

폴란드 감독인 마우고시카 슈모프스카는 “학생 성매매를 오로지 여성 간의 관점 교환을 통해 다루려고 했다”며 “도덕적인 가르침을 주려는 게 아니며, 주인공들의 책임과 욕망을 보여주는 데 목적이 있다”고 말한다.

쥘리에트 비노슈가 출연하는 영화 ‘엘르’는 학비와 방값을 위해 성매매에 나선 프랑스 여대생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 영화는 친절하지 않다. 별다른 설명기법 없이 인터뷰 장면에서 회상 장면으로, 다시 현재로 무 자르듯 넘어간다. 카메라는 다큐멘터리 형식을 종종 차용한다. 영화에서 성매매 장면을 묘사하는 방법은 독특하다. 기존의 남성적 영화들은 성애 장면에서 여성의 몸을 훓고 이들의 반응에 초점을 맞추며 에로틱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반면 ‘엘르’는 남성에게 바짝 카메라를 들이댄다. 첫 장면부터 성매매 중에 남성 구매자가 보이는 반응만을 클로즈업한다.

줄거리는 간단하다. 프랑스 잡지 ‘엘르’의 편집장인 안은 성매매를 하는 두 명의 여대생을 인터뷰한다. 영화는 안이 남편의 상사를 대접하기 위해 요리를 준비하는 하루 일과를 시간 순으로 따라간다. 이 사이사이에 여대생들과의 인터뷰를 배치해 놓았다. 쥘리에트 비노슈가 연기한 안은 남편과 두 아들을 둔 전형적인 중산층이다.

안이 만난 여대생은 롤라와 알리샤다. 롤라는 밤에 패스트푸드점 아르바이트 같은 일을 하면 시험에 떨어질 것 같아 이 일을 시작했다. 그의 외모는 평범하고 수수하다. 그는 최근 가본 식당을 얘기하듯 스스럼없이 자신의 경험을 전한다. 그러나 이 일에서 가장 힘든 점이 “늘 거짓말을 해야 하는 것”이라며 가족에게 솔직하지 못함을 인정한다.

두 번째 대학생인 알리샤는 폴란드 유학생이다. 유학 온 첫날 가방을 잃어버리고 “가슴을 보여달라”는 어이없는 집주인을 만나는 등 힘든 일이 겹치자 성매매에 발을 들인다. 그는 인터뷰 내내 당당하고 고혹적이다. 여성의 몸에 소변을 뿌리는 남성 등 변태적인 이들을 상대하는 그는 “놀랐어요? 전형적이죠. 부인과는 못 하잖아요”라고 아무렇지 않게 말한다. 고급 아파트에서 화려하게 사는 그는 똑부러진다. “공부는 잘 되고 있어요. (경제학자) 맨큐를 배우는 중이죠.”

영화는 “남자들은 완전히 정상이죠. 사람들 생각과 달리 부적응자들이 아니에요. 대부분 아빠뻘이거든요. 제길”이라는 롤라의 말을 통해 성매매가 일상적으로 퍼져 있음을 보여준다. 또 성매매의 폭력적인 면을 부정하지 않는다. 롤라는 성기에 와인병을 강제로 집어넣거나 동의없이 사진을 찍는 고객을 만나 어려움을 겪는다.

인터뷰가 진행될수록 안은 대학생들과 가까워진다. 일상의 위선에 신물을 느끼기 시작한다. 욕망에 솔직해지고, 그의 생활에 잠재했던 균열들도 드러난다. 남편은 “오늘 하루만은 페미니스트 발언은 참아줘”라고 말하고 아들은 제멋대로다. 영화 ‘엘르’는 하나의 정답이나 해석을 웅변하지 않는다. 다만 감독의 말대로 여성들이 말하는 성매매, 중산층 여성과 대학생들의 유대감을 보여줄 뿐이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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