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고장과 함께 판에 박힌 ‘설명’도 되풀이된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원전이 멈춰설 때마다 ‘부품 결함’이라거나 ‘안전에는 이상 없다’는 등 변명만 늘어놓는다. 지난 8월 울진원전 1호기 고장 때도 “안전성에 영향이 없고, 방사능 외부 유출과도 관계가 없다”더니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어제 영광원전 5호기 고장에 대해 한수원 측은 “안전성에 영향이 없는 경미한 고장”이라고 밝혔다.
한수원 측의 설명이 사실이라고 해도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원전에 대한 불안과 불신이 가중되는 탓이다. 당장 광주 환경운동연합은 “신고리 1호기와 영광 5호기의 고장원인을 근본적으로 밝히기 전까지 가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중요 안전장치인 제어봉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다른 자연재해나 고장 등과 맞물려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환경 근본주의적 접근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원전 현장의 조짐은 좋지 않다. 2년 전까지만 해도 연간 2건에 그친 원전 고장이 지난해 7건, 올해 8건으로 증가 추세다. 최근엔 고리원전 소방대원의 마약사건까지 터졌다.
원전 불안과 불신을 덜려면 미봉책으로 넘어가서는 안 된다. 한수원에만 맡길 일이 아니라 독립기구인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적극 나서야 한다. 작은 사고가 대재앙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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