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건이 삼성전자와 우호관계인 시게이트사와 소송 사실을 숨긴 행위가 기존 배심원의 평결을 무효화할 수 있는 ‘배심원의 비행(misconduct)’으로 인정된다면 새로운 재판이 진행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시게이트와 지난해 4월 포괄적 사업협력을 체결하고 HDD 자산을 양도했다.
삼성은 이에 따라 1심 판결을 앞두고 이번 소송을 원점으로 돌리기 위해 호건의 불법행위를 부각시키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법원에 제출한 ‘평결불복법률심리(JMOL)’ 문서를 통해 호건의 불법행위를 지적하고 새 재판을 요구한 상황이다. 호건이 특허와 관련한 견해를 다른 사람과 논의하는 등 평결에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 삼성전자의 주장이다. 미국 법은 배심원들이 지침과 법정에 제출된 자료 이외에 개인적인 경험이나 법률 지식을 근거로 평결하는 행위를 금지하는데 호건은 이를 어겼다는 것이다.
삼성은 이 같은 근거로 호건이 삼성과 우호적인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시게이트와 소송을 벌인 사실을 배심원으로 뽑히기 전에 열린 배심원 예비 심문선서에서 밝히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더구나 호건은 이번 평결을 둘러싸고 이미 숱한 자격 논란에 휩싸인 상태다. 컴퓨터 회사에서 35년을 근무한 엔지니어 출신인 호건은 자신의 이름을 붙인 특허를 보유하고 있을 정도여서 매우 복잡한 특허에 무지한 배심원의 평결을 자신의 입맛대로 이끌었다는 비판이 제기됐었다.
실제 일부 배심원들이 호건의 경험 덕분에 평결이 쉬웠다고 말했을 정도로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호건은 블룸버그TV와 인터뷰에서 “처음 이 소송에 관여하게 됐을 때 ‘만약 내 특허라면 어떨까’를 집중적으로 고민했다. 삼성전자에 고통을 주고 싶었다”고 말해 감정적인 평결을 이끌었다는 비난을 받았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도 지난달 28일(현지시간) 호건이 미국 특허청에 등록한 ‘비디오 녹화·저장 방법 및 장치’ 특허가 애플의 아이패드 기능에 포함됐다며 애플과의 유착 의혹을 제기했다. 이처럼 배심원 대표의 중대한 결격사유가 드러났지만 이를 미국 법원이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법원이 특허침해 사실을 따지기보다는 보호무역주의의 영향을 받아 애플에 유리한 재판을 진행하는 상황에서 배심원단의 결론을 뒤집을 가능성은 적은 상황이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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