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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효성·GS vs 외국자본 양대축… ‘황금알 거위’ 쟁탈전

입력 : 2012-09-24 01:14:31 수정 : 2012-09-24 01: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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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손’은 누구 수입차 딜러 시장이 ‘큰손’에 장악된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취재팀이 135개 딜러사를 전수조사한 결과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딜러 사업이 돈 되고 폼 나는 것으로 인식되면서 재벌가 2∼3세의 경영수업 창구나 지역유지와 외국·금융자본의 먹잇감으로 전락했다는 비아냥이 나온다. 최근에는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딜러사의 과당·불공정 경쟁과 잘 팔리는 독일차 딜러 사업에 뛰어들기 위한 경쟁 탓에 시장 질서도 혼탁해지고 있다. 군소 딜러와 이들과 연결된 영업사원은 신음하고 있다.

수입차 시장 1위를 달리고 있는 BMW코리아가 17일 폐막한 한국국제아트페어(KIAF)에 아시아 최초로 국내에 첫 론칭한 BMW 뉴 7시리즈를 기념하는 아트 컬래버레이션(협업)을 선보이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주도하고 있다.
BMW코리아 제공
◆큰손들 너도나도 사업, 왜?


취재팀 분석에 따르면 수입차 딜러 사업에 뛰어든 큰손은 크게 네 부류다. 코오롱·효성·GS·한진그룹 등 내로라 하는 재벌가와 벤츠 최대 딜러인 한성차의 레이싱 홍 그룹 같은 외국계가 양대 축을 이룬다. 일반인에게는 낯선 레이싱 홍 그룹은 한성차(100%), 스타자동차(51%), 스투트가르트스포츠카(100%), 스타오토홀딩스(100%), 한성인베스트먼트(100%)를 계열사로 거느리고 있다. 여기에 참존과 교학사, 동아원, 일진, KCC정보통신, 한미석유, 대우자동차판매, 동양고속산업, 천우고속 등 중견기업군과 동성, 태안, 경남석유·가스 등 지역유지들이 한축을 맡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가 20일 충북 지역 최초로 청주시 흥덕구 장성동에 연 청주전시장. 총 면적 517㎡에 지상 1층 규모로 6∼7대 차량을 전시할 수 있고, 수입차 전시장이 몰려 있는 장성동 번화가 대로변에 위치해 접근성이 뛰어나다.
벤츠 제공
이들이 대거 뛰어든 것은 수입차 딜러 사업이 ‘황글알을 낳는 거위’라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최근 수입차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BMW, 벤츠, 아우디, 폴크스바겐 등 독일 ‘빅4’의 딜러는 작년과 올해 거의 대부분 수십억, 수백억원대 영업이익을 올렸다. 레이싱 홍 그룹의 경우 한성자동차와 스타자동차, 포르쉐를 파는 스투트가르트스포츠카의 매출만 합쳐도 1조546억원에 달한다.

재벌 2∼3세의 경우, 경영훈련의 관점에서 보는 이들도 있다. ‘종합예술품’으로 불리는 자동차의 가치는 그룹 경영을 앞두고 있는 이들에게 훌륭한 교재다. 해외유학파 출신이 많은 이들은 어려서부터 수입차에 친숙한 데다 수백억원대 초기자본을 만드는 것도 어렵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제조업으로 매출 1000억원대를 넘기기는 쉽지 않지만 수입차 딜러 사업은 어느 정도만 해도 매출 1000억원은 쉽게 올린다”면서 “재벌 2∼3세의 경영수업의 무대로서 수입차 딜러 시장은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가격 상승과 연관짓는 시각도 있다. 수입차 업체의 딜러 개발을 담당하는 A씨는 “수입차 딜러를 위해서는 판매, 서비스, 부품 공급을 한 곳에서 해결할 수 있는 건물과 정비공장이 필수다. 하지만 서울 강남 지역의 중심가를 제외하고 신도시나 지방에서는 수입차 전시장이 모인 곳을 중심으로 택지가 개발된다”며 “수입차 사업이 실패해도 부동산 가격은 오르니 손해 볼 위험성도 작다”고 귀띔했다.

◆수입차 시장 불공정·과당경쟁

업체 간 과당경쟁이 비일비재하다. 한성차의 한 딜러는 “최근 고객에게 차 값 견적을 줬더니 할인을 요구했다”며 “할 수 있는 만큼 다 할인했지만 결국 100만원 더 깎아주는 효성 딜러에게 고객을 뺏겼다”고 털어놨다. 급기야 지난 6일 벤츠의 최대 딜러인 한성차 딜러들이 모여 “그동안 너무 많이 할인해줬다”며 자구책 마련에 들어가기도 했다.

레이싱 홍 그룹의 한성차와 대기업인 효성그룹 딜러 간 신경전은 갈수록 치열하다. 수입차 노른자위인 강남대로에 위치한 효성전시장과 불과 1.9km 떨어진 곳에 한성차의 전시장이 들어서며 대립하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에 들어가기도 했다.

브랜드별로 판매에만 급급한 나머지 전국적으로 매장 수를 늘리고 영업사원을 충원하면서 딜러 간 제살깎기식 출혈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수입차 딜러 관계자는 “잘 팔리는 독일차는 최근 영업사원을 엄청 늘리고 있다”며 “모두 박리다매 영업을 하고 있어 실제론 딜러 간 경쟁이 심화됐다”고 말했다.

수입사와 딜러 간 분쟁도 끊이지 않고 있다. 폴크스바겐 코리아는 최근 10년 넘게 거래해온 딜러사 메트로에 계약해지를 통보해 불공정 논란이 일었다. 한성차가 벤츠코리아의 대주주 지위를 이용해 자사에 유리한 쪽으로 판매정책을 몰아가면서 벤츠 딜러 간 공정경쟁을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엔 수입차 딜러 시장 큰손들이 잘 팔리는 브랜드 딜러로 말을 갈아타거나 신규 진입해 군소딜러들은 상대적으로 부진한 브랜드로 밀리고 있다.

이처럼 자본력을 앞세운 기업이나 재력가들이 수입차 딜러 사업으로 뛰어들면서 단기수익에 집중한 나머지 고객서비스 투자는 소홀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한 수입차 딜러 사장은 “재벌 2∼3세나 외국자본이 자동차산업에 대한 애정과 이해 없이 무분별하게 시장에 들어온 뒤, 계산기만 굴리고 있다”며 “오너들은 무조건 매출을 높이라고 지시하고, 전문 경영인들은 매출 올리기에만 혈안이 돼 자본력이 취약한 군소딜러들이 고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천종 기자, 세계닷컴=이다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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