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윤혜(22)의 데뷔는 12살, 아직 초등학생일 때였다. 패션지 화보 모델로 대중과 대면식을 한 김윤혜는 ‘우리’라는 귀여운 예명으로 시선을 사로잡았고, 인간이 아닌 인형 같은 미모로 ‘신비소녀’라는 애칭을 얻었다.
‘여배우 김윤혜’보다 ‘신비소녀 우리’가 더 친숙한 이때, 그녀는 용감하게 본명으로 활동하는 길을 택했다. 이름을 바꾼다는 것은 연예인으로서 인지도에의 상당한 리스크를 감수하는 선택이다. 아직 언론도, 대중도 그녀의 이름을 헷갈려 하는 이 상황 속에서 김윤혜는 “속상하지 않다”며 해사하게 웃었다.
“‘우리’라는 단어가 얼마나 친근하고 친숙한지 아시죠? 제 기사를 검색하려고 포털사이트에 ‘우리’를 치면 ‘우리은행’, ‘우리나라’ 관련 기사만 떠서 속상했어요.(웃음) 본명 김윤혜로 돌아오니까 제 기사도 잘 보이고 무엇보다도 인터뷰할 때 편해요. ‘우리야, 우리 함께 우리만의 인터뷰를…’ 어때요? 힘드셨겠죠?”(웃음)
처음 ‘우리’가 됐을 때는 본명 김윤혜로 불리는 상황이 싫었다고 회상했다. 반대로 지금은 김윤혜에게서 자꾸 ‘신비소녀 우리’를 찾는 게 싫지 않으냐고 묻자 “친근한 과거의 애칭 같은 느낌”이라고 답했다.
“개명을 했다면 껄끄러울 것 같은데 본명으로 돌아와서 편해요. 물론 우리라는 이름으로 자주 만났던 패션지 에디터 분들은 아직도 저를 우리라고 부르세요. 그것도 싫지는 않아요. 과거의 저를 기억하는 애칭이니까요. 또 우리도, 김윤혜도 모르는 분들이 많으니까 저를 알리는 일은 제 몫인 거죠.”
그래서 김윤혜에게 스크린 데뷔작 ‘점쟁이들’(감독 신정원)이 중요하다. 내달 3일 개봉을 앞둔 ‘점쟁이들’은 미스터리한 사건이 반복되는 ‘신들린 마을’ 울진리에 모인 점쟁이들과 여기자가 사건 해결을 위해 온몸을 던지는 코믹 호러 영화다. 극중 김윤혜는 점쟁이들 중 타로카드에 능하고 사물을 통해 과거를 보는 승희로 분한다.
“오늘(9월20일)이 기술 시사가 있는 날인데 저는 떨려서 못 보겠더라고요. 관계자 분께서 영화가 재미있게 잘 나왔다고 말씀해주시긴 했지만요. 다음주에 언론시사회와 VIP 시사회가 있는데 많은 분들 앞에 공개하게 돼 너무 떨려요. 특히 가족들이 보면 뭐라고 할지 걱정이네요.”(웃음)

‘점쟁이들’과 처음 만났을 때, 연기 공부가 많이 되어 있는 상태는 아니었다고 김윤혜는 고백했다. 시나리오를 받고 신정원 감독과 첫 미팅을 가진 김윤혜는 “완전히 횡설수설했다”며 웃었다.
“승희 역할에 저 말고 다른 경쟁자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제가 가장 마지막에 ‘점쟁이들’에 합류했거든요. 감독님이 승희 역에 앉힐 배우를 꽤 고민하셨던 것 같아요. 제겐 정말 좋은 기회였지만 당시에는 이러다가 폐를 끼치면 큰일이라는 생각만 들었어요.”
스스로 겸손하게 말했지만 김윤혜는 이미 다양한 화보 작업을 통해 신비로움과 애처로움, 카리스마와 가녀림, 도도함과 청순미를 넘나드는 이미지 트레이닝을 충분히 한 상태였다. 승희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배우로서의 연기력과 승희의 도구인 타로카드를 다루는 능력이었다.
“실제로 타로카드를 보는 분들은 카드로 현란한 기술을 구사하지는 않는대요. 하지만 승희는 비주얼이 화려한 캐릭터라 타로카드를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모습도 필요했어요. 그래서 마술사를 만나 카드 다루는 법을 배웠어요. 매일 연습했지만 너무 못해서 좌절의 연속이었죠.”(웃음)
첫 촬영부터 카드 기술을 펼친 김윤혜는 “현장에서 배우들과 스태프의 응원이 큰 힘이 됐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김수로, 이제훈, 강예원, 곽도원 등 쟁쟁한 선배들과 촬영장에서 동고동락하며 호흡을 맞춘 것도 김윤혜에게는 큰 힘이 됐다.
“김수로 선배님은 얼마나 재밌고 따뜻하신지 몰라요. 곽도원 선배님은 첫 만남에서 ‘선배가 아닌 오빠’라고 주입식 교육을 하셨죠.(웃음) 이제훈 선배님도 정말 멋있고 강예원 선배님도 늘 따뜻하게 응원의 말을 해 주셨어요. 저 같은 신인배우에게 항상 따뜻하게 대해 주셔서 정말 행복했어요.”
‘점쟁이들’은 김윤혜에서 또 다른 첫 경험도 안길 예정이다. 김윤혜는 여배우로서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의 개막식 레드카펫을 밟게 된다. 그는 “영화제 레드카펫에 서는 것은 데뷔 이래 처음”이라며 설레는 심정을 드러냈다.
“레드카펫이라니, 제게 그럴만한 자격이 있는 걸까요? 스타일리스트 언니들은 제 드레스를 고르면서 인형놀이 하는 것 같다고 신이 났어요. 하지만 저는 생각만 해도 다리가 떨릴 정도에요.(웃음) 드레스를 입고 화보 촬영을 한 적은 있지만 실시간으로 걷는 것은 생애 처음이에요. 넘어지면 어떡해요? 제가 손을 흔들 정신은 있을까요? 그날 현장 와서 저를 응원해 주실 거죠?”(웃음)

박민경 기자 minkyung@segye.com
사진=한윤종 기자 hyj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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