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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해전 승리 이순신 뒤에 오익창 있었다

입력 : 2012-09-21 23:38:13 수정 : 2012-09-21 23:3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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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7년 전황기록 문집 한글번역
선비 오익창이 사대부들 규합해 어선 1000여척, 식량·물자 지원
기존 자료선 없었던 새로운 기록
사호집(沙湖集) / 오익창 지음 / 노승석 옮김 / 관월출판사 / 3만5000원

1597년 명량해전 당시 전황을 기록한 문집이 처음 발견돼 한글로 번역됐다. 삼도수군 통제사 이순신이 노량해전에서 전사하기 1년여 전의 전황이다. 당시 선비로서 전투에 참전했던 오익창이 한문으로 기록한 사호집은 명량해전을 역사적 사실 그대로 확인해준다. 사호집은 여타 전쟁 기록들에 비해 당시 전황이 상세하고 구체적으로 기술돼 있어 학술적 가치가 높다는 평이다. 이순신이 민간 선박 1000여 척의 지원을 받은 사실과 전라도 지배층 사대부들이 혼연일체로 이순신을 지원했던 내용도 처음 소개된다.

2006년 10월 전남 해남군 우수영 울돌목에서 열린 명량대첩제에서 조선 해군의 주력함인 판옥선과 왜선이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임진왜란이 종반으로 치닫던 당시 전라도 고창의 선비였던 오익창(吳益昌·1557∼1635)은 해남 울돌목(우수영 앞바다)에서 이순신 함대가 판옥선 등 전함 12척으로 300여 척의 왜선을 맞아 싸우는 와중에서 우왕좌왕하던 ‘보트피플’ 사대부들을 규합해 이순신을 지원했다. 그는 요즘 표현으로 하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선비였다. 이순신을 연구하는 노승석 여해고전연구소 대표가 번역한 오익창의 글을 보자.

오익창 지음 / 노승석 옮김 / 관월출판사 / 3만5000원
“원균이 패배한 직후라 불에 타버린 전함들을 거두어 모으니 겨우 열두척만 있었다. 영호남의 사대부들 중에 바다로 나가 난리를 피하는 자 천여 척이 흩어져 여러 섬으로 가려고 하자, 분발하여 말했다. ‘적병은 많고 통제사의 병사는 적어 금방 패배하고 말 것이다. 통제사가 패하게 되면 우리의 울타리가 철거될 것이니, 비록 외딴섬에서 저마다 보전하고자 한들 그렇게 할 수 있겠는가? 차라리 힘을 모아 합세하여 통제사를 위해 성원한다면, 온전히 살길이 있을 것이니, 모두 죽을지라도 나라를 위해서 충성을 다했다는 명분은 있게 될 것이오.’”

“모두가 좋다고 응하였다. 이에 1천여 척의 배들이 모두 통제사의 배 뒤에 늘어서 물 위의 성곽 모양을 연이어 이루니 진영의 형세가 매우 웅장했다. 공(오익창)이 날렵한 배를 타고 통제사의 배를 왕래하니 통제사가 의지하여 소중하게 여기고 거북선을 창조하는 데 공에게 자주 찾아왔다. 가을에 바람도 거세지고 바다의 기운이 쌀쌀하여 사람의 살갗과 뼈에 스몄다.”

“통제사의 군사들은 모두 갈옷을 입고 추위를 호소하고 양식도 다 떨어지자, 각기 저고리와 쌀가마를 내어서 한 배에 가득히 싣고 직접 통제사의 군대에 이르니 군사들이 모두 감복하고 기뻐하였다.”

전투 당시 젖은 이불솜을 방패로 쓴 대목이나 동이(박의 일종)로 병사들 갈증을 해결했다는 기록도 있다.

“왜놈들의 조총에 철환이 비오듯 쏟아졌는데 우리 군사들이 맞기만 하면 바로 쓰러져 죽었다. 사람들이 모두 두려워하고 방어할 길이 없었는데, 공이 여러 선박을 수습하여 솜이불 백여 채를 얻어 물에 적셔 뱃전에 펼치니 철환이 침투하지 못하였다. 이에 통제사가 공의 지혜로운 사려를 추대하여 작은 책자를 만들어 공의 실제 공적을 기록하였다. 일(전투)이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공에게 공로를 양보하고자 했으나 얼마 안 가서 순절(이순신 전사)하여 올리지 못하게 되었다.”

이밖에 이순신이 당사도(전남 신안군 암태면 추정)에 진 치려했으나, 오익창이 수상한 기운을 느껴 진을 물릴 것을 건의해 화를 피했으나, 명 수장 진린은 이를 듣지 않고 진을 쳤다가 풍랑으로 몰살당할 뻔한 이야기도 나온다. 사호집은 노승석 대표가 오익창의 후손을 통해 그 원본을 입수했으며, 오씨 문중에서 415년을 간직해오다 처음으로 완역됐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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