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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감한 소재를 다룬 방송 콘텐츠의 판매 현황에는 국가 간 관계와 현지 분위기가 반영된다. 일제 시기 독립운동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KBS 드라마 ‘각시탈’. |
2000대 초반 한국 드라마가 한류 콘텐츠로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KBS·MBC·SBS 지상파 3사 미니시리즈는 대부분 일본에 선판매됐다. 배용준·장근석·권상우 등 한류 스타나 윤석호 PD 같은 제작진을 내세우지 않아도 방영 전부터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던 것이다.
그러나 ‘각시탈’의 경우 현재 일본뿐만 아니라 중국에서조차 반응이 없는 상태다. KBS 콘텐츠 사업부 관계자는 “중국에도 반일 감정이 있긴 하지만 중국은 자국과 관련 없는 독립운동을 소재로 한 콘텐츠 유통을 통제한다”며 “티베트 등 소수민족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현재 ‘각시탈’ 판권을 사들인 곳은 문화적 할인율(문화 차이로 가치가 떨어지는 현상)이 높은 베트남과 몽골이다. KBS 관계자는 “베트남과 몽골은 드라마 한류가 새롭게 형성되고 있는 지역으로 한국 드라마를 거의 다 사들이고 있다”며 “‘각시탈’에 관심이 있어서 판매가 이뤄졌다기보다는 한류의 새로운 흐름으로 봐야 할 부분”이라고 전했다.
드라마 관계자들은 한국 드라마의 수출이 늘면서 이야기 소재 선정에 제약이 생겼다고 입을 모은다. 로맨틱 코미디가 주를 이루는 가운데 역사를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들은 아예 옛날로 날아가 판타지적인 요소를 가미할 수 있는 사극에 집중하고 있다.
고영탁 KBS 드라마 국장은 “일제 시기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들은 ‘경성 스캔들’(2007)처럼 ‘암울했던 시기에도 춤을 추고 연애했다’는 식으로 초점을 달리 잡으며 역사를 묻어 놓았다”며 “허영만 화백의 원작이 좋아서 ‘각시탈’ 판권 구입을 가장 먼저 추진했다”고 말했다. 개인적인 의지가 작품 제작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국가 간 민감한 소재를 편성하는 것도 어렵지만 미니시리즈의 핵심 요소인 스타 영입 자체가 어렵기도 하다. 수많은 스타들이 ‘각시탈’ 출연을 거절한 것에 대해 배우 신현준은 제작발표회에서 한류 스타들을 향해 “배우가 먼저 돼야 한다”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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