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팎 외교안보 현안 조율 ‘컨트롤 타워’ 필요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주변 4강은 한반도 통일 문제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 이들 4강은 특히 통일 한국이 자신에게 우호적일지를 두고 벌써부터 경제·안보적 이해득실을 따지기에 여념이 없다. 이들은 표면적으로는 남북한의 평화통일을 지지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지만 통일한국에 대한 ‘셈법’은 제각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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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반도 통일 과정에서의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주변 4강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각국은 저마다 한반도 통일이 자국 이익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 사진은 2009년 6월 국회에서 미·일·중·러 4국 주한 대사를 초청해 열린 토론회에서 각국 대사들이 북한 문제와 관련해 토론하는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
◆미·일·중·러의 한반도 통일 셈법
미국은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고 국제사회 무대로 걸어 나온다면 한반도 통일과정을 얼마든지 돕겠다는 입장이다. 여기에는 한반도에 등장할 새로운 통일한국이 미국에 가까울 것이라는 분석이 깔려 있다.
성김 주한 미국대사는 지난달 2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한반도 평화와 한미관계 발전방향’ 간담회에서 “미국은 한반도 통일을 강력히 지지하고 있다”면서 “지난 3월 방한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도 이 점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그는 “미 정부는 평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으며 북한과 관계개선을 위한 준비가 돼 있다”며 “동시에 북한이 도발이나 위협을 한다면 보상하지 않을 것이란 점도 분명히 한다”고 말했다. 김 대사는 “우리는 아직까지 대화의 문을 열어놓고 있으며 생산적 논의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며 “북한이 우리와 협력한다면 평화협정에 사인 못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국제사회 전반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면, 중국은 북한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국가다.
주펑(朱鋒)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지난달 국내서 열린 한 세미나에 참석해 “지난 7개월 동안 북한에 여러 가지 변화의 징조가 나타나고 있다”며 “북한이 개혁·개방 과정에서 핵무기를 포기하지는 않겠지만 미국, 중국, 한국 등 주변국이 전략적 이해를 조정해 북한의 개혁·개방을 촉진할 길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중국은 통일 한국이 미국과 강력한 동맹을 유지하는 것은 동북아의 평화에 해가 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이를 바람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러한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 중국은 남북통일 과정에서 리더가 아닌 조력자로서의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중에 밀려 예전의 영향력은 많이 상실했지만, 북한과 국경을 맞대고 있으며 앞으로 경제협력 가능성이 열려 있는 러시아도 한반도를 주시하고 있다.
지난 5월3일 서울에서 열린 ‘러시아의 동북아시아 외교와 한·러 협력’ 강연에서 콘스탄틴 브누코프 주한 러시아 대사는 “러시아는 한반도 통일을 무조건 지지하고 있다”면서 “평화적이고 민주적 통일이 이뤄진다면 러시아에도 이익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는 북한 지도부와 3각 경제협력 프로젝트에 대한 합의를 봤다”며 “(북한과 관련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는 “모스크바는 평양의 독재 정부가 서울과 워싱턴의 압력에 잘 저항하고, 베이징에 너무 가깝지 않은 상태로 북한 내부의 안정을 유지하길 희망한다”는 현실적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세계평화연구소 부소장(전 외무성 차관)은 “통일이 남북 간의 대화로 평화적으로 실현된다면 어떠한 정치체제가 되든 일본은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며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입각한 국가라면 일본은 더욱 긴밀한 협력관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2010년 9월 서울서 열린 통일교육원 제4차 통일외교 포럼에서 밝혔다. 야치 부소장은 “핵을 보유한 통일 한국이 성립되면 일본에 심각한 위협이 되며 그에 대한 대응으로 미·일 동맹 강화를 포함한 안전보장 정책의 대폭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통일 추진할 컨트롤 타워 부재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다양한 문제가 얽혀 있는 통일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외교안보 부처 간 역할을 조정할 기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이명박 정부 들어 폐지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부활론이 다음 정부에서 대두될 것이란 관측이다.
NSC는 국가안전보장에 관한 문제를 대통령에게 자문하는 대통령 직속 자문기관이다. 국가안보와 관련된 사항을 국무회의에서 결정하기에 앞서 이를 먼저 심의하는 기관이다. 지난 6월 국무회의에서 졸속 처리된 한·일 군사협정도 NSC가 제대로 작동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 기구는 대통령, 국무총리, 통일부 장관, 외교통상부 장관, 국방부 장관, 국가정보원장, 대통령비서실장, 대통령이 임명하는 위원 등으로 구성된다.
1963년 박정희 정권 초기에 처음 설치됐으나 당시 중앙정보부(현 국가정보원)와 국방부의 비중 확대로 유명무실화됐다. 이후 전두환·노태우 정부를 거쳐 김영삼 정부에 이르기까지도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 1998년 김대중 정부가 출범하면서 외교·국방·통일 정책을 통합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정책기구로 그 위상과 역할이 강화됐다. 특히 2003년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국정원의 비중이 축소고 NSC에 상임위원회와 실무조정회의, 정세평가회의, 사무처를 설치하면서 그 기구들의 역할이 강화됐다.
그러나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국가안보 관련 정보의 기밀 유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우려 속에 행정개혁 차원에서 NSC의 사무처를 폐지하고 대부분의 업무를 청와대 외교안보수석비서관실이 담당하도록 했다.
NSC의 해체는 결국 모든 권한과 책임을 시스템(기구)에서 사람으로 집중되게 했고, 최근 김태효 전 대외전략기획관이 낙마하자 안보 공백마저 우려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8일 정부 고위 관계자는 “정부의 외교안보정책을 제대로 조율할 수 있는 NSC 시스템 회복이 시급하다”며 “통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일어날 많은 외교안보 현안을 지금 상태로는 감당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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