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 대표는 “이름을 바꾸고, 정강정책을 손보는 정도의 재창당으로는 국민의 지지와 신뢰를 되찾을 수 없다”며 지난해 12월 대중적 진보정당을 표방하고 출범한 통합진보당의 실패를 인정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사실상 신당권파와 구당권파와의 결별이자 분당을 의미한다. 그는 “10년의 (진보정당) 성과는 계승하고 구태와는 결별하는 창조적 파괴”라고 덧붙였다. 신당권파 관계자는 “이석기·김재연 의원의 제명안 처리를 저지해온 이들과 함께 갈 수 없음을 혁신파의 주체들이 공감했다”며 “내일(7일)부터 새당을 만들기 위한 구체적인 시기와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당권파는 일단 당 해산을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원석, 정진후, 서기호 등 비례대표 의원이 자리를 지킬 수 있는 최선이기 때문이다. 현행 공직선거법상 비례대표 의원은 소속 정당의 합당, 해산, 제명 이외의 사유로 당적을 이탈·변경하면 의원직을 내놓아야 한다. 신당권파는 의석 수 기준에 따라 국고보조금이 지급되는 만큼 지역구 3석을 포함해 6석을 갖고 창당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당 해산은 중앙위원회에 해산안을 회부해 당원 과반 이상 투표에 투표자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통과된다. 아직 중앙위 구성은 신당권파가 열세여서 구당권파가 동의하지 않으면 당 해산은 쉽지 않다. 이럴 경우 신당권파는 집단탈당 후 창당의 길을 걷되 비례의원들은 제명을 통해 의원직을 유지시키려 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이 역시 구당권파 측이 동의하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강 전 대표가 전날 당 대표 경선에서 구당권파 측 후보로 나섰던 강병기 전 경남 부지사와 만나 당 해산에 동의할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구당권파는 고립을 자초하게 될 분당에 결사 반대하고 나섰다. 구 당권파 이상규 의원은 신당권파의 결별 선언에 대해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그 누구도 당의 분열을 정당화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구당권파의 반대로 당 해산이 여의치 않을 경우 신당권파는 당내 세력과 외곽 민주노총의 지지를 기반으로 탈당과 신당 창당 작업에 속도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13일로 예정된 민주노총의 중앙집행위원회 결정이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민주노총이 통합진보당 사태에 대한 지지 철회를 결정하고 신 당권파의 새 진보정당 건설에 힘을 실어줄 경우 신당 창당 작업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
내분이 지속되면서 통합진보당 지지율은 추락하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이날 통합진보당 지지율은 지난주보다 1.5%포인트 빠져 창당 이후 최저치인 2.8%(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 ±1.6%포인트)를 기록했다.
김달중 기자 da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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