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동영상 보고는 “얼마나 위험한지…” 긴장 “항상 타던 오토바이인데 규정대로 운전하려니 힘드네요.”
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서부운전면허시험장. 서울 각지에서 모인 피자·치킨가게 배달원, 폭주족 등 50여명이 찜통더위 속에서 경찰관들에게 오토바이 운전법을 다시 배우고 있었다. 골목길 질주로는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이들이지만 제대로 된 오토바이 운전법을 배우는 것은 처음이다. 치킨 배달원 이모(19)씨는 “평소 안전모와 보호대 착용을 안 했는데, 오늘 교육으로 오토바이 사고가 얼마나 위험한지 알았다”고 말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이 오토바이 사고를 줄이기 위해 난폭운전자들에게 ‘당근’(안전교육)과 ‘채찍’(단속) 카드를 꺼내들었다. 지난해 서울시내에서만 4300여건의 오토바이 사고가 발생해 95명이 사망하고 593명이 부상했다. 서울지역 오토바이 등록대수는 42만대에 달하지만 그동안 적극적인 사고예방 노력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서울청은 우선 이날 ‘오토바이 사고 고위험군’ 인물들을 모아 오토바이 운전의 위험성을 알렸다. 첫 시간에는 멋대로 도로를 주행하다 차량과 부딪치는 오토바이 등 사고 동영상을 방영했다. 한쪽에서 “운전자가 즉사했을 것 같다”는 소곤거림이 들려왔다. 달리던 오토바이가 급정거해 동승자가 앞으로 튕겨나갈 경우 14m 높이의 건물에서 뛰어내리는 것과 똑같은 충격을 받는다는 설명에는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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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서부운전면허시험장에서 경찰의 도움으로 오토바이 안전 운전 교육이 실시되고 있다. 서부운전면허시험장 제공 |
경찰은 앞서 1일 동대문운동장 주변 등 74곳에서 불법 주행 오토바이 단속을 벌였다. 경찰이 등장하기 전까지 동대문시장 일대는 버스전용차로에 택배 오토바이가 뒤엉키면서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이 일대는 인근 쇼핑센터로 짐을 나르는 택배 오토바이가 2000여대에 달할 만큼 복잡하다. 경찰 단속 1시간 만에 인도를 주행한 오토바이 7건, 안전모 미착용 5건이 적발됐다. 오토바이 택배 기사 신모(48)씨는 “한건이라도 더 배달해야 먹고살 수 있다는 생각에 위험한 줄 알면서도 불법 주행을 일삼게 된다”고 말했다.
혜화서 교통안전계 유덕상 경위는 “부족한 인력으로 수많은 오토바이 운전자를 일일이 단속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운전자 스스로 안전을 지키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청은 앞으로 학교나 오토바이 이용이 많은 우체국에서 교육 요청이 오면 직접 찾아가 교육을 해 줄 계획이다.
박현준·박영준기자 hjun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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