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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현장] 각광받는 말산업

입력 : 2012-07-23 18:07:29 수정 : 2012-07-23 20: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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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시대 축산업 블루오션”… 지자체 ‘馬 키우기’ 박차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경쟁적으로 말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지난해 7월 정부의 말산업육성법이 발효되면서 말산업이 고부가가치 블루오션으로 부각되자 자치단체마다 앞다퉈 승마장 신설 등을 발표하고 있다. 자치단체들은 말산업이 구제역 등 가축전염병과 FTA 파고에 견딜 수 있는 축산업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는 데다 말 농가가 전체 축산 농가의 2%에 불과해 성장잠재력이 크다고 보고 승부를 걸고 있는 형국이다. 여기에 국민소득이 2만달러를 넘어서면서 말산업이 급속히 성장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도 지자체들의 말산업 참여를 부추기고 있다.

전문가들은 승마인구가 대중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자치단체의 대규모 중복투자는 자칫 과당경쟁으로 인한 ‘제살 깎아먹기’로 전락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지자체 말산업 유치 경쟁

경기도는 차세대 국가 기간산업으로 자리매김할 말산업을 선점하기 위해 2016년까지 1600억원대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다. 도는 화성 화옹간척지에 들어설 에코팜랜드에 승용마 단지와 말조련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또 양주시와 수원 서울대 농생대 부지 등 3곳에 승마장과 말공동사육장, 말 연구소를 건립할 예정이다. 경북 상주시는 2010년 사업비 215억원을 들여 국제승마장을 건립했다. 국제규격으로 건립된 승마장에는 승마체험장, 승마를 즐길 수 있는 산길 등이 조성됐다. 구미시는 9만129㎡ 크기의 승마장을 만들었으며 영천시 또한 운주산 자락에 승마장을 건립한 데 이어 2014년 6월 완공 예정으로 경마공원을 조성하고 있다.

전남 담양군은 마사회와 함께 금성면 일대 150㎡에 2500억원을 투입돼 경마장과 승마공원을 조성하며 장흥군은 말사육 기반조성을 위해 종마장, 승마장, 마필 경매장을 건립하기로 하는 등 전남지역 22개 시군에 농어촌형 말 관련 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전북 장수군은 그동안 승마장, 한국마사회 장수목장, 장수승마체험장 등을 운영하며 축적한 말관련 인프라를 바탕으로 2014년까지 번암면과 장계면, 천천면 일대에 말산업 생산기반 확충과 인력육성인프라 구축사업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강원도 철원군은 말산업이 지역의 청정 자연환경에 적합한 신성장 동력산업이 될 것으로 판단해 승마장, 사육·조련시설 건립 등 중장기 말산업 육성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또 지자체들은 정부가 내년 상반기 결정할 말산업 특구에 지정되기 위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특구로 지정되면 각종 재정과 세제 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사활을 걸고 지정에 대비한 준비에 들어갔다.

“말 달리자” 지난해 8월 21일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신양리 해안에서 열린 ‘제주-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기원 승마 퍼레이드’ 참가자들이 힘차게 질주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국내외 말산업 현황


미국은 사육 말이 922만마리에 이르며 말산업 참여 인구만 470여만명, 고용창출은 141만명에 이른다. 일본은 9만3000마리의 말을 사육하고 있으며 승마장은 964개, 승마클럽 회원은 6만6260명이고 독일은 사육 말이 100만마리에 승마장은 7637개, 승마인구는 170여만명, 고용인구는 30만명 규모이다.

독일과 프랑스는 승마산업이 가장 활성화돼 있으며 국가가 생활체육으로 육성하고 있다. 미국은 세계최대 말 생산국이지만 최근 경기침체로 말목장과 말 가격이 하락하는 추세이다. 중국은 경마산업 진입여건을 마련 중이며 일본은 말생산과 육성에 집중투자하고 있으며 해외에 수출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국내말산업 규모는 경마 4조6000억원, 승마 2600억원이며 고용창출효과는 경마 1만8000명, 승마 2000명 규모이다. 2010년 기준 말사육 농가수는 1742농가이며 약 2만9000마리를 키우고 있다. 승마장은 293곳, 승마인구는 2만5000명 정도다. 마사회는 2022년까지 국내 말 필수를 10만마리로 늘리기로 했으며 경마수익을 1조3000억원으로 높일 계획이다.

이처럼 경제효과가 크지만 경마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와 승마 전용 말 부족, 영세규모를 벗어나지 못하는 승마장, 부유층 스포츠로 인식되고 있는 점은 극복해야 할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부실경영·예산낭비 우려

말산업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만 있는 것은 아니다. 벌써부터 말산업 육성을 포기하는 자치단체가 생겨나는 등 부작용이 드러나고 있다. 강원도 정선군은 폐광지역 경제자립형사업으로 마필마을 조성사업을 추진했지만 사업성이 낮다는 이유로 포기했다. 당초 2015년까지 사업비 134억원을 들여 승마체험장 및 전문 승용마 생산센터 건립 등을 추진할 계획이었지만 적자운영이 예상된다는 용역결과가 나오면서 사업계획을 접었다.

기존 승마장에 대한 낮은 경제성도 도마에 올랐다. 구미시 승마장은 하루 이용객이 저조해 연간 운영비 10억원을 감당하기 어려운 실정이며 상주시 국제승마장 역시 예산낭비 사례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세계대학생승마대회가 치러진 이후 제대로 된 경기가 열리지 않기 때문이다. 영천과 장수는 교관과 관리요원이 부족하고 승마인구 확보의 어려움으로 승마산업 성장의 한계성이 노출된 상태이다.

또 농가들이 승마장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말 관리 전문지식을 배워야 하지만 이를 습득할 수 있는 기관이 없는 데다 대부분 실내 승마장을 건립해 관광객을 유인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각 지자체의 승마조례가 승마장 운영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점도 해결과제로 손꼽히고 있다.

여기에 각 지자체마다 차별화된 마필산업을 추진하기보다는 승마장 만들기에 몰두하고 있어 과당경쟁은 물론 중복투자로 인한 예산낭비가 우려되고 있다.

신종서 강원대 동물생명과학대학 교수는 “자치단체마다 우후죽순 식으로 추진하고 있는 승마장 건립은 부실경영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며 “말 사육 필수가 터무니없이 부족해 시설은 갖춰놓았는데 정작 말이 없어 운영을 못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연직 기자,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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