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개월 만에 열린 이날 당정 협의는 경기 부양과 부동산 거래 활성화 방안에 초점이 맞춰졌다. 국내 경기는 글로벌 충격파에 하강 조짐이 뚜렷하다.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하반기 정책 방향에서 공공기금을 통해 8조5000억원을 투입키로 했지만 경기 위축을 막기엔 역부족이란 시각이 많다. 더욱이 부동산 거래 위축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가계부채 청산의 출구까지 막힌 상황이다. 이날 당정 협의에서 취득세 감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분양가 상한제 폐지 등이 회의 테이블에 오른 것도 부동산 거래 활성화를 통해 내수를 진작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박근혜 대선 경선후보가 전날 토론회에서 밝힌 분양가 상한제 폐지 방침에는 의견이 모아졌으나, 취득세 감면은 지방자치단체 세수 감소를 고려해 신중히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도 새누리당이 ‘부자 감세’ 논란을 우려해 난색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황우여 대표 등은 ‘하우스 푸어’(대출을 받아 집을 산 뒤 빈곤하게 사는 사람)를 위해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일부 당 관계자들의 반대로 신중 검토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는 후문이다. 앞서 박 후보도 토론회에서 DTI 규제 완화는 가계부채 문제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부정적 입장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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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참석자들이 서로 악수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 김황식 총리,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 김범준 기자 |
이한구 원내대표는 이날 고위 당정회의에서 “현 정부 5년 내내 너무 불통 인상을 주면서 국정이 수행돼 왔고, 아랫목만 따뜻해졌다는 시중의 평가가 압도적”이라며 “정부의 무능보다 정부가 ‘만능하다’는 오만이 문제라는 데에 상당한 설득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 정권이 노력한 게 제대로 결실을 맺지 못한 것도 많지만 임기가 얼마 안 남았기 때문에 정리하는 쪽으로 (입장을) 모아 달라”고 주문했다. 인천공항 지분매각과 KTX경쟁체제 도입, 차세대 전투기, 우리금융 매각 등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대형 국책사업은 이쯤에서 접고 차기 정부로 넘기라는 것이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특히 4·11총선의 주요 민생공약에 대한 정부의 비협조를 질타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 0∼5세 영·유아 양육수당을 전 계층에 지원하는 ‘무상보육’ 공약이 대표적이다. 당 관계자들은 공약 이행을 위한 재정 확보를 압박했다. 정부는 무상보육 문제 해결 의지를 밝히면서도 재정 건전성 차원에서 과도한 복지재정 투입은 어렵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강은·장원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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